안철수의 말법과 이낙연의 말법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고 나서 "국민의당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호남 민심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안대표가 "정치자살"을 했다거나 "바보선언"을 했다거나 자살골을 넣고
뒷풀이까지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노회찬씨는 멀쩡한 학생을 퇴학시켜놓고 학생은 괜찮은데 그 아버지가 문제라고 둘런댄다고
했고, 한반도에서 결정권의 쥐고 있다는 김정은의 논리와 같다고 깎아내렸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회의 대정부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차분하고 재치있게 대응하여 눈길을 끌었다. KBS나 MBC에서 불공정하게 보도한 것을 보았냐는 의도된 질문에 "잘 안봅니다"라고 답한다. 제왕적 대통령 체제에서 삼권분립이 무의미하다는 호통에 대통령이 지명한 헌법재판소장 후보를 국회에서 부결처리한 것을 체험했으니 삼권분립이 살아있다고 답했다. "미국에게는 척지고, 중국에게는 발길차이고, 북한에게는 무시당하는" 처지가 된 "전략적 왕따"가 안보전략이냐는 기세등등한 질문에 태연히 "김성태의원이 한국대통령보다 일본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원래는 야당 의원들의 무대가 되었어야 할 대정부질의가 이낙연의 독무대가 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관련된 사실과 엇갈린 주장이 틀린지 맞는지를 제쳐두고 두 사람의 말법만을 듣고 있다보면 찹찹한 생각이 든다. 국민들이 저런 꼴을 보려고 투표를 했나하는 자괴감이 든다. 인사청문회장이나 본회의장에서 나왔다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발언의 수준이 국민 평균을 넘는 경우가 열에 하나나 될까? 소위 "말빨"이 좋아서 "장소팔 고춘자"처럼 술술술 말을 쏟아내는 자는 많지만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설득력있는 말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러니 이낙연의 말법에 희희낙락할 수만은 없다. 헛웃음과 참담함이 밀려오는 이유다.
먼저 안철수의 말법을 보자. 한마디로 국민학생 수준이다. 자살골을 넣고서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 그대로다. 어찌하여 당대표씩이나 꿰어찬 자가 그 말 뜻도 모르고 내뱉는단 말인가? 그래 결정권을 쥐고 있어서 행복한가? 부결시켜서 속이 시원한가? 이 발언만 놓고 보면 안기부가 김대중씨를 싫어하니까 자기가 대통령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김영삼씨의 자살골과 다를 바가 없다. 뭔 말인지도 모르고 써준대로 읽기에 바쁜 이명박씨와 박근혜씨와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사실 나는 안철수의 발언에 대해 그동안 의구심을 가진 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 진의까지 의심하지는 않았다. 25년전 단국대학교에서 열렸던 그의 학술강연회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는 유능한 컴퓨터과학자였고 결과물을 독점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베푼 보기 드문 지식인이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을 듣고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기대내지는 연민은 완전히 접었다. 그런 자질을 가진 정치인은 국민들에게 해를 끼칠 뿐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울 뿐이다.
이낙연의 말법을 보자. 사실 이낙연씨의 말법은 평균을 훌쩍 넘고 있다. 물론 교과서에 충실하다. 그 분의 경험과 성품이 잘 결합된 말법이니 어지간 해서는 무너뜨리기 어렵다. 야당의원들의 질문은 한심하다. 조선일보에서 애용해오던 말법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너는 나쁜 놈이라고 찍어놓고 그러니까 반성하고 사과하라는 것이다. 왜 나쁜 놈인지 왜 빨갱이인지는 밝히지 않고 하고 싶은 말만 반복한다. 게다가 국회의원이랍시고 거들먹거리고 느닷없이 소리나 버럭 지르는 케케묵은 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러니 기세등등하게 달려들었지만 사실은 이낙연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자빠져 있을 수밖에 없다. 대학원생 오빠와 유치원생 여동생이라고나 할까? 이낙연이 탁월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질문자의 수준이 국민평균을 한참 밑돌아서 그런 것이다.
특별한 흠결을 들이대지도 못하면서 자신들이 동의한 현직 헌법재판관에 대해 자질을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보고서를 채택하고 몇달간 동의안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가 이제 와서 부결을 시키는 심술도 온당치 못하다. 국회가 책임을 망각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헌법재판관이 헌법과 자신의 양심에 따라 소수자의 권익을 대변한 것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일이지 이념과 종교를 내세워 비난할 일이 아니다. 하물며 이명박근혜 정권에서도 (왕따나 핍박받을 것을 감수하고서) 소수 의견을 굽히지 않았던 김재판관의 올곧음임에랴... 그 분에게 머리가 숙여지는 까닭이다.
안철수와 이낙연의 말법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무겁다. 말로 하는 민주주의 정치판에서 말이 아닌 "말폭력"이 난무하고 있으니 말이다. 말폭력이 실제로 사람을 다치고 해치고 있으니 말이다. 뜻을 알 수 없는 "말소음"으로 세상을 오히려 괴롭히고 어지럽히고 있으니 말이다. 어찌하여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 저자의 장사치 흥정보다 못하단 말인가? 최소한 흥정하는 자는 무엇이 이로운지 불리한지는 알고서 말하지 않겠는가? 안철수가 한없이 작아지고 이낙연이 한없이 커보이는 이유다.
2017.9.16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회의 대정부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차분하고 재치있게 대응하여 눈길을 끌었다. KBS나 MBC에서 불공정하게 보도한 것을 보았냐는 의도된 질문에 "잘 안봅니다"라고 답한다. 제왕적 대통령 체제에서 삼권분립이 무의미하다는 호통에 대통령이 지명한 헌법재판소장 후보를 국회에서 부결처리한 것을 체험했으니 삼권분립이 살아있다고 답했다. "미국에게는 척지고, 중국에게는 발길차이고, 북한에게는 무시당하는" 처지가 된 "전략적 왕따"가 안보전략이냐는 기세등등한 질문에 태연히 "김성태의원이 한국대통령보다 일본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원래는 야당 의원들의 무대가 되었어야 할 대정부질의가 이낙연의 독무대가 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관련된 사실과 엇갈린 주장이 틀린지 맞는지를 제쳐두고 두 사람의 말법만을 듣고 있다보면 찹찹한 생각이 든다. 국민들이 저런 꼴을 보려고 투표를 했나하는 자괴감이 든다. 인사청문회장이나 본회의장에서 나왔다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발언의 수준이 국민 평균을 넘는 경우가 열에 하나나 될까? 소위 "말빨"이 좋아서 "장소팔 고춘자"처럼 술술술 말을 쏟아내는 자는 많지만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설득력있는 말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러니 이낙연의 말법에 희희낙락할 수만은 없다. 헛웃음과 참담함이 밀려오는 이유다.
먼저 안철수의 말법을 보자. 한마디로 국민학생 수준이다. 자살골을 넣고서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 그대로다. 어찌하여 당대표씩이나 꿰어찬 자가 그 말 뜻도 모르고 내뱉는단 말인가? 그래 결정권을 쥐고 있어서 행복한가? 부결시켜서 속이 시원한가? 이 발언만 놓고 보면 안기부가 김대중씨를 싫어하니까 자기가 대통령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김영삼씨의 자살골과 다를 바가 없다. 뭔 말인지도 모르고 써준대로 읽기에 바쁜 이명박씨와 박근혜씨와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사실 나는 안철수의 발언에 대해 그동안 의구심을 가진 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 진의까지 의심하지는 않았다. 25년전 단국대학교에서 열렸던 그의 학술강연회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는 유능한 컴퓨터과학자였고 결과물을 독점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베푼 보기 드문 지식인이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을 듣고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기대내지는 연민은 완전히 접었다. 그런 자질을 가진 정치인은 국민들에게 해를 끼칠 뿐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울 뿐이다.
이낙연의 말법을 보자. 사실 이낙연씨의 말법은 평균을 훌쩍 넘고 있다. 물론 교과서에 충실하다. 그 분의 경험과 성품이 잘 결합된 말법이니 어지간 해서는 무너뜨리기 어렵다. 야당의원들의 질문은 한심하다. 조선일보에서 애용해오던 말법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너는 나쁜 놈이라고 찍어놓고 그러니까 반성하고 사과하라는 것이다. 왜 나쁜 놈인지 왜 빨갱이인지는 밝히지 않고 하고 싶은 말만 반복한다. 게다가 국회의원이랍시고 거들먹거리고 느닷없이 소리나 버럭 지르는 케케묵은 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러니 기세등등하게 달려들었지만 사실은 이낙연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자빠져 있을 수밖에 없다. 대학원생 오빠와 유치원생 여동생이라고나 할까? 이낙연이 탁월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질문자의 수준이 국민평균을 한참 밑돌아서 그런 것이다.
특별한 흠결을 들이대지도 못하면서 자신들이 동의한 현직 헌법재판관에 대해 자질을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보고서를 채택하고 몇달간 동의안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가 이제 와서 부결을 시키는 심술도 온당치 못하다. 국회가 책임을 망각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헌법재판관이 헌법과 자신의 양심에 따라 소수자의 권익을 대변한 것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일이지 이념과 종교를 내세워 비난할 일이 아니다. 하물며 이명박근혜 정권에서도 (왕따나 핍박받을 것을 감수하고서) 소수 의견을 굽히지 않았던 김재판관의 올곧음임에랴... 그 분에게 머리가 숙여지는 까닭이다.
안철수와 이낙연의 말법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무겁다. 말로 하는 민주주의 정치판에서 말이 아닌 "말폭력"이 난무하고 있으니 말이다. 말폭력이 실제로 사람을 다치고 해치고 있으니 말이다. 뜻을 알 수 없는 "말소음"으로 세상을 오히려 괴롭히고 어지럽히고 있으니 말이다. 어찌하여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 저자의 장사치 흥정보다 못하단 말인가? 최소한 흥정하는 자는 무엇이 이로운지 불리한지는 알고서 말하지 않겠는가? 안철수가 한없이 작아지고 이낙연이 한없이 커보이는 이유다.
2017.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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