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한심한 말법

정치인들의 한심한 말법: 왜 연탄가스이고 5급수인가?

요즘 대운하니 4대강 사업이니 세종시 계획수정이니를 두고 말들이 많다. 강과 산을 파헤치고 인공물을 세우는 토목공사라서 많이들 걱정을 하고 있다. 신중히 결정해야 할 사항인데도 무엇에 쫓기는 것도 아닌데 밀어붙이듯 추진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번 파헤치면 되돌리기 어려운 일인 것을… 

하지만 요즘 나를 더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그런 “삽질”보다는 지도급 인사들이 쏟아내는 한심하고 비열한 말법이다. 그 자리에 전혀 걸맞지 않은 발언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짓밟아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술수이다.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런 “말폭력”을 들으면서 자타칭 지도급 인사들의 천박함을 생각한다. 동시에 그런 자들이 멀쩡하게 자리를 꿰어차고 있을만큼 백성들이 무지하단 말인가 하며 자조하고 탄식하기도 한다.   

한심한 말법은 “자신은 반드시 옳고 너는 반드시 틀렸다”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왜 자신이 옳은지 왜 타인이 틀렸는지에 관한 논증은 내놓지 않는다. 세종시 수정안은 백년대계이지만 세종시에 “한 부처라도 옮기면 나라가 거덜날 수 있다” 고 말한다. 세종시법은 정치 산물이고 수정안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 추진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왜 그러한지를 놓고 서로 따지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그냥 뜬금없는 자기주장이 있을 뿐이다. 더도 덜도 아닌 철부지 꼬맹이들의 “엄마 조아, 아빠 시어시어…” 수준이다.

수년간 갈등을 겪으면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사업이 나라를 거덜낼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행정복합도시법 원안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공청회에서 참여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발언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기껏해봤자 찬성하는 사람들만 모아놓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르는 요식행위일 뿐이다. 세종시는 국토균형발전이란 미래를 위해 시작한 사업인데, 갑자기 백년대계가 아니고 경제성이 없고 효율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이 합당한가. 세종시법이나 수정안이나 정치판단인 점에서 차이가 없지 않은가? 세종시 수정안을 삼성에 추진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삼성시”나 “이건희시”를 만들자는 것인가? 

정말 세종시 원안이 나라를 거덜내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선거때에 원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지 말아야 했다. 당선을 위해 신념을 접고 거짓말을 했거나 그 신념이란 것이 사실은 자신의 선호(나는 노무현이 싫다)라는 고백일 뿐이다. 그리고 수정안이 부결된다면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답해서는 안된다. 수정안에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고 확신한다면 대통령이든 총리든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백성들에게 엎드려 호소할 것이다. 백성의 신뢰를 잃었으니 그 자리에 머물 수는 없으나 다시 한번 냉철히 생각해줄 것을 읍소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런 일은 벌어질 가능성은 없다. 처음부터 수정안이 백년대계와 관계가 없고 그 자체가 정치라는 반증이다. 

2004년 노무현이 사과를 하면 탄핵소추를 안할 것이라는 발언과 마찬가지로 한심한 말법이다. 사과해서 될 일이면 탄핵을 하지 말았어야 했고, 탄핵해야 할 일이었으면 사과하든 말든 탄핵해야 했다. 탄핵소추를 두고 흥정했다는 소리밖에 안된다. 스스로 탄핵소추 협박이 “정치놀음”이라는 것을 자백한 말이다. 그저 노무현이 꼴보기 싫기 때문에 탄핵소추로 “물”을 먹여서 화풀이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헌법이니 하는 “나랏일”과는 애초부터 관계가 없는 것이다. 인간의 이성과 상식에 반하는 말법이다.

또 자신의 사람은 “산소같은 후보”이고 경쟁하는 사람은 “연탄가스같은 후보”라고 상대방을 짓밟는다. 오세훈은 산소고 한명숙은 연탄가스랜다. 왜 자기 사람이 산소같은지 왜 경쟁자가 연탄가스처럼 위험한지 설명이 없다. 애초부터 터무니없는 말이기 때문에 설명을 할 수도 없는 한심하고 무책임한 말이다. 안상수는 1급수이고 송영길은 5급수라고 한다. 어떻게 사람을 1급수와 5급수로 나누어 상대방의 인격을 짓밟는단 말인가. 상대방이 사회의 지탄을 받는 범죄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어찌하여 “연탄가스”이고 “5급수”란 말인가. 왜 자기 사람은 “미래세력”이고 경쟁자는 “과거회귀”세력인가. 어이없는 것은 그런 말을 하는 자가 오히려 “과거세력”이고, 사람을 죽이는 “연탄가스”같고, (선거)물을 흐리는 “5급수”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혼자서 그리 생각하는 것은 자유겠지만 대중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자칭 타칭 사회 지도층이라는 자의 입에서 그런 천한 말이 나온다는 사실에 심히 부끄럽다. 노여움이 치솟는다. 어떠한 합리성도 근거도 없이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를 강변한다면 시장판에서 머리끄댕이 잡고 쌈박질하자는 소리다. 그런 저자거리 쌈박질에는 힘세고 목소리 큰 놈이 “장땡”이다.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이 통하지 않는다. 인간 수준을 한없이 떨어뜨리는 한심한 말법이다. 

그리고 상대방에게는 참으로 몹쓸 짓이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맞는 식으로 단지 적수라는 이유만으로 어느날 갑자기 “나라 거덜내는” 넘이 되고, “연탄가스”가 되고 “5급수”가 되었으니 말이다. 어떤 합당한 이유도 없이 한 순간에 “인간쓰레기”가 되는 셈이다. 그 가족이나 지지자들은 대체 뭐가 된단 말인가. 참으로 야비하고 경박스러운 말법이다. 

이러한 말법에서 상대방은 경쟁자가 아니라 처단해야 하고 개종시켜야 하는 대상이다. 자신은 옳고 남은 틀리기 때문이다. 자신이 틀릴 수 있고 정적이 맞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꿈에도 생각치 않는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니 이성과 상식에 근거한 논의가 있을 까닭이 없다. 이 한심하고 유치한 말법에서 양보와 타협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상대방을 무차별하게 짓밟으며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있을 뿐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존심에 먹칠을 하는 말법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말법을 남용하면서도 자리를 꿰어차고 있는 자들이 많이 있다. 사회의 품격을 좀먹는 자들이다. 백성들이 그런 한심한 말법에 넘어갈 만큼 단순하고 무지하고 어리석다고 믿기 자들이다. 이런 말법은 백성들의 냉철한 판단과 비판으로 몰아낼 수 있다. 뜬금없이 자기선호를 마치 검증된 사실인양 포장하여 민의를 호도하려는 자들을 이성과 합리성으로 심판해야 한다. 누가 "유치찬란"한 어리광쟁이인지 누가 어리석은 무지랭이인지 아프게 가르쳐 줘야 한다. 그리하여 상대방을 인정하고 이성과 상식에 따라 의사표시를 하고 서로 대화하고 설득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사회에서 따스한 차한잔을 마시며 품격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 

2010.2.12 (수정: 2010.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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