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성 함께 쓰기"를 비웃다 2

2. “성씨 장난질”의 유치한 논리

부모의 성을 모두 사용한다는 것은 얼핏 생각하면 합당한 일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절반씩 받았다고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논리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철딱서니 없는 애들의 “유치찬란”한 행동임을 알 수 있다. 철없는 애들의 엉뚱한 상상을 현실로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의 논리가 담고 있는 유치함을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부모의 성을 병기한다면 세대가 지나면서 성을 최대 2의 제곱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송” 성을 가진 남자와 “김박” 성을 가진 여자가 낳은 아이들은 “이송김박”이 될 것이다. 또 그 아이들이 또다른 넉 자 성을 가진 사람들과 결혼을 한다면 그 자손은 여덟 자나 되는 성을 가질 것이다. 자, 2를 계속 곱해보라. 2, 4, 8. 16... 지금 두 자 성을 쓰는 “그들”은 그런 대로 참을 만하겠지만 “그들”의 손자들은 8자, 증손자는 최대 (각종 조합이 가능하겠지만) 16자를 성으로 갖는다는 소리다. 그들은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했겠지만 자손들에게는 재앙일 뿐이다. 게다가 씨(본관)까지 적는다고 생각해보라. 끔찍한 일이다. 성을 가지고 장난질을 하는 것이 바로 "성姓폭력"이다. 생각해 보라, 그대들 부모가 성을 한 64자로 만들어 주면 좋겠는가? 기가 막히지 않은가! “그대들”을 부모로 둔 애들이 불쌍할 따름이다.

대체 왜 성에 족보를 적어 다녀야 하는가?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 성을 말이다. 이미 족보에 다 나와있는 것을 왜 줄줄 외고 다녀야 하나? 그리도 핏줄을 따지고 싶단 말인가? 아니 본인은 그렇다 쳐도 왜 다른 사람들이 그 긴 족보를 외우면서까지 “그들”의 성명을 불러야 한단 말인가? 성이 두 자인 “그들”은 아버지와 어머니만 생각하면 되지만 “그들”의 자손들과 그들의 동무들은 대체 어쩌란 말인가. 이게 합당한 일인가? 익지도 않은 머리를 굴려서 한번 튀어보겠다고 나섰겠지만, 자손들을 포함한 후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짓이다. 차별을 철폐한다며 시작한 짓이지만 그 어처구니없는 짓거리 때문에 멀쩡한 자손들의 동무들이 가혹하게 차별을 받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껏해봤자 “그들”만 좋으라고 하는 용두질이고 뻔뻔한 이기주의일 뿐이다.

이런 비판을 짐작했는지 “그들”은 대안을 제시했다. 아버지쪽의 성 하나와 어머니쪽의 성 하나를 써서 계속 성을 두 자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남자는 부계성만을 내려주고 여자는 모계성만을 상속해준다는 것이다. 어차피 남녀가 섞이기 마련인데 왜 남자는 모계성을 여자는 부계성을 쓰자고 제안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남자는 어쨋든 남자, 여자는 어쨋든 여자란 소리인가? 그게 평등이란 말인가?.

위의 예로 치자면 “이송김박”이 아니라 “이박”이라는 소리다. 아버지는 “이송”인데 아이들은 “이박”인 셈이다. 형제자매는 성이 같지만 할아버지, 아버지, 자식이 다 성이 다르게 된다. 사촌이나 육촌 형제도 성이 다르게 된다. 이 무슨 “개족보”도 아니고 성에 일관성이 없게 된다. 그러면 성을 왜 쓰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한마디로 잔머리를 굴리다가 “돌아버린” 셈이다. 남녀평등을 위해 어머니 성을 쓴다고 해놓고서 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성은 모른체 하는 것이니 어불성설이다. 조삼모사격으로 사람을 속이는 짓이다. 차라리 족보를 다 뒤져 조상 성을 다 붙여쓰는 것이 평등에 가깝다. “부모 성 함께 쓰기”가 얼마나 유치한 상상인지 여기서 드러난다.

부모 한쪽의 성이 두 자 (예컨대, 제갈)이면 어찌 하려는가? 한쪽은 한 자만 성으로 쓰고 다른 쪽은 두자를 성으로 써서 세 자를 만드는 것은 공평한 일인가? 그리 평등에 집착하는 "그들"은 대체 무슨 답을 내놓을 것인가? 무조건 한 자씩 받아야 한다고 할까? 아님 외자(성이 한글자)는 외자끼리 두 자는 두 자끼리만 결혼하라고 할 것인가? 요즘 세상에 사랑이고 뭐고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저 무조건 평등해야 하기 때문에 그래야 한단 말인가?


둘째, “부모 성 함께 쓰기”는 인류 역사를 망각하고 있다. 수천년 간 내려왔을 인류 역사를 보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를 따질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신인류”인 것처럼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붙여 창씨創氏를 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성의 시조始祖로 삼는 것이다. 아들은 무조건 할아버지(남자 “그들”의 아버지)의 성을 자손에게 내려주고 딸은 무조건 외할머니(여자 “그들”의 어머니)의 성을 내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들”의 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대체 무어란 말인가? “그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사람이 아니라 그냥 성을 받고 성을 내려주는 씨받이(할머니의 경우)와 씨내리(외할아버지)란 말인가? 유치한 잔머리 속에서 역사는 씹다 남은 껌보다도 못한 존재일 뿐이다.

또한 어머니를 시조로 삼는 것이 아니라면 어머니의 진정한 성씨를 어찌 찾을지도 의문이다. 현재 부계사회에서 어머니의 성씨는 외할아버지 성씨인데 그런 식으로 족보를 역추적하다 보면 (어머니의 친정어머니의 성씨, 그 친정어머니의 친정어머니의 성씨...) 전혀 엉뚱한 성씨를 발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삽질”을 하여 대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과연 실익은 있는가?

또 과연 이런 셈법이 남녀평등에 부합하는 일인가? “그들”의 아들에게 할머니, 증조할머니, 고조할머니 등의 성은 무엇인가? “그들”의 딸에게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는 무엇이란 말인가? 아들은 아버지(부계)가 낳고 딸은 어머니(모계)가 낳는단 소리인가? “그들”도 손자와 손녀를 둘 텐데, 남자 “그들”에게 손녀는 무의미하고 여자 “그들”에게는 손자가 성으로 치면 남남이다. 이게 무어란 말인가. “부모 성 함께 쓰기”가 이렇게 어처구니없다.

몰역사에서 시작된 잔머리짓은 남녀평등을 한다면서 사람을 차별하고 (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사람취급을 안하는) 남녀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남녀가 호응하여 재생산을 하는 자연의 이치를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이게 남녀평등이란 말인가! 차라리 남자는 남자끼리 살고 (여자를 잡아다가 애만 낳게 한 뒤 죽이고) 여자는 여자끼리 살아서 (남자를 잡아다가 씨를 뿌리게 한 뒤 죽이고) 불평등을 해소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훨씬 순수하게 들린다.


세째, “부모 성 함께 쓰기”가 남녀평등을 위한 일이라고 하지만 결코 평등할 수 없는 방법이다. 부모 성을 같이 쓰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해도 왜 아버지 성을 먼저 쓰고 어머니 성을 뒤에 쓰는가? 이것이 남녀차별을 철폐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어머니 성을 먼저 쓰려는가? 똑같은 이유로 불평등이다. 유치한 발상에서 시작했으니 성을 위와 아래로 나누어서 쓰는 것은 어떠한가? 그것도 문제가 있지 않은가? 누구 것은 위에 쓰고 누구 것은 아래로 쓴다면 이것도 차별아닌가? 차별을 싫어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차별없이 쓸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알고는 있는가? 도대체 무엇이 평등이란 말인가?

“부모 성 함께 쓰기”가 기껏해봤자 기존 방법과 오십보 백보라고 비판한다면, 너무도 가혹한가? "여자는 결코 남자보다 앞설 수 없다..." 뭐 이런 (그들이 비난하는) 유교식 차별을 교묘하게 공고화하려는 음모라고 한다면 너무 억울한가? 그렇다면 어머니 성을 먼저 쓰라고 어깨띠 두르고 거리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어머니 성만 써야 한다며 모계사회를 부르짖을 것인가? 어떻게 해도 답이 없는 짓거리 아닌가.


네째, 또다른 불평등이 “그들”의 논리에 내재되어 있다. 성이 터무니없이 길어진다는 비판에 대해 남자는 부계 성을 이어받고 여자는 모계 성을 내려받는다고 둘러댄다. 평등만 생각하면 남자가 모계 성을 받고 여자가 부계 성을 받는다 해도 차이가 없는데 왜 하필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어쨋든 성이 “이송”인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이”만 전하고, 성이 “김박”인 어머니는 “박”만 전한다. 그래서 자식들의 성이 “이박”이 된다.

성에 표시가 되지 않으면 불평등이고 차별이라는 “그들”이지만 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성에서 삭제하는 불평등과 차별을 말하지 않는다. 어머니에게는 그토록 애닯은 사람들이 왜 그리 할머니와 외할아버지에 대해서는 그토록 가혹하단 말인가? 혹시라도 “그들” 모두가 할머니와 외할아버지에 대해 안좋은 추억이라도 있어서 이렇게 작정을 하고 무시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컨대, 남녀차별 극복에 극도로 집착한 나머지 언어로 표현된 성에서 실마리를 발견한 것으로 착각하고 아이처럼 좋아서 날뛰는 유치스러움일 뿐이다. 남녀차별 철폐에서 시작된 "부모 성 함께 쓰기"는 어처구니없게도 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차별로 끝난다. 시작은 장대했으니 그 끝은 한심스러울 뿐이다.


다섯째, “그들”이 정상인("부모 성 함께 쓰기"를 하지 않는 일반인)과 결혼을 한다면 다음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성이 두 자인 “그들”이 정상인에게 정이 들어 결혼을 한다고 쳐보자. 어떻게 할 것인가? 배우자 성을 갈으라고 할 것인가? 안한다면 남녀차별에 찌든 족속이니 갈라서야 하나? 행여 콩깍지가 단단히 씌워져서 억지로 (배우자의 성을 갈지 않고) 결혼을 했다고 치자. 그래서 애를 낳았다고 치자. 성을 어떻게 정해줄 것인가?

“그들”의 성 두 자와 배우자의 성을 붙여 세 자로 할 것인가? 또 정상인의 성이 두 자이면 (예컨대, 제갈이나 선우) 어찌 하려는가? 누구는 두 자를 성으로 내리고 누구는 한 자를 성으로 내린다면 과연 평등한 것인가? 성씨 때문에 또 갈라서야 하는가? 합의를 해서 부모 성 한 자씩을 쓴다고 하자. “그들”이 여성이라면 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성을 써서 두 자로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남성이라면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의 성을 쓸 것이인가 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성을 쓸 것인가? 대체 어찌해야 성에서 "양성 평등"이 된단 말인가? 이러한 쓸데없는 불란을 자초할 것이면 뭐하러 "부모 성 함께 쓰기"를 말하는가?


마지막으로 성이 주는 어감때문에 배우자를 고르는 일이 괴로와질 것이다. 예컨대, “감”이 첫 성인 남성과 “옥”이 둘째성인 여성이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는다면 “감옥”이라는 성이 탄생할 것이다. 예컨대, “감옥하라”나 “감옥현중” 이렇게 될 것이다. 본인들은 서로 죽도록 좋아해서 결혼을 했겠지만 과연 그들의 아이들은 행복할 것인가? 그렇다면 “육시”나 “구신”이나 “마구”는 어떠한가? “구류하라”와 “최신성기”는 어떠한가? 육시(戮屍)랄 남녀차별을 철폐하고 “구신”같은 재주로 평등을 이뤘으니 “마구” 행복한가? "그들"은 성이 어감이 안좋으면 순서를 바꾸면 된다고 한다. 이게 말인가? 성과 이름의 일관성은 대체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 그럴 바에야 애가 태어나면 아무렇게나 성을 정해줄 일이다. "여행가서어쩌다 철수" "새벽녘실수로 영희" "성이생각안나 광순" 뭐 무궁무진하지 않은가. 이런 이름이 황당한가? "부모 성 함께 쓰기"가 똑같이 황당할 뿐이다. 아님 아예 성씨를 철폐하고 이름만 쓰는 것은 어떠한가?

또 배우자를 고를 때 성을 조사해서 자식들이 싫어할 성이 되면 마음을 접어야 하는가? 여자가 개가를 할 때도 데리고 갈 아이의 성을 갈을 것을 고려하여 상대 남성의 성을 따져봐야 하는가? 이게 차별을 없애고 남녀평등을 달성하는 것인가? 어머니 성을 차별하지 않겠다더니 다른 사람 성을 차별하겠다는 것 아닌가? "육"씨면 "시"씨는 죽었다 깨나도 안된다는 것 아닌가? 대체 두 성이 원수처럼 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죽어도 "육시"를 성으로 주고 싶지 않으니 자식이라도 생기면 지우거나 땅에 묻어야 한단 말인가? 아들이 아니라고 약먹고 떼어내거나 수술대에서 긁어내는 짓과 뭐가 다른가? 씨받이를 불러온 가부장제도나 칠거지악보다도 더 악랄한 짓 아닌가?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그래도 차별철폐니 남녀평등을 운운할 것인가? 참으로 몹쓸 사람들 아닌가.


계속...


2010.9.8; 201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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