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성 함께 쓰기"를 비웃다 3

3. "부모 성 함께 쓰기"가 초래한 "황당한 시츄에이션"

여자 "그들"이 스스로 바꾼(법구속력이 없는) 성은 "김이"이다. 아버지가 김씨이고 어머니가 이씨이다.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심하게 다투시고 곧바로 이혼을 하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께서 평소에 가까이 지내오던 분을 새어머니로 들이셨다. 새어머니 성은 "선우"씨였다. 여자 "그들"의 성은 "김선우"가 되었다. 여자 "그들"이 원하지 않았으나 "선우"씨 어머니가 새어머니라고 무시하냐며 강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1년 후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새어머니가 모든 재산을 물려받았다. 중학생이었던 여자 "그들"은 새어머니가 나이 어린 천씨 성을 가진 새아버지와 재혼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여자 "그들"의 성은 "김선우"에서 "천선우"가 되었다. 자신은 "김이"를 원했지만 똑같이 양성평등을 부르짖는 새어머니와 새아버지의 논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여자 "그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성이 "박지"인 남자 "그들"과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았다. "부모 성 함께 쓰기"에 의하면 아이의 성은 "박선우"가 되어야 했다. 이 불공평한 성을 두고 남편과 많이 다투었다. 남편은 한자씩 따서 "박선"이나 "박우"로 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열렬한 페미니스트인 여자 "그들"은 물러서지 않고 "박"을 먼저 쓰는 것을 양보할 테니 "선우" 모두를 불여줄 것을 밀어붙여 관철시켰다. 이 "성姓 전쟁"은 한치 양보없이 하루 건너 한번씩 치열하게 치러졌으며, 아이 출생을 신고하기 전까지 1년 가까이 끌었다. 사실 여자 "그들"은 "박선우"가 아닌 "박이"로 만들어주고 싶었으나 새어머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 이름은 "송이"로 했다. 그래서 "박선우송이"가 되었다. 또 아들을 낳아 성명을 "박선우성기"로 하였다.

그런데 자유연애주의자인 "그들" 남자와 다투게 되었고 여성의 인권과 자유 신장을 위해 "그들"은 "깨끗하고 쿨하게" 갈라섰다. 여자 "그들"은 너가 바람을 피웠으니 나도 연애를 "봄날"처럼 다시 해보겠다며 칼을 갈았다. 마침 새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여자 "그들"은 작심을 하고 생모의 성씨를 가져다 붙여 자신의 성을 "천선우"에서 "천이"씨로 바꾸었다. 생부를 생각하면 "김이"로 환원해야 하지만 어차피 돌아가신 분이고 자신이 아이에게 물려줄 성씨가 이씨이니 상관이 없다. 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아니던가. 새아버지는 어느새 또 다른 여자를 만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차피 정붙이고 산 것도 아니니 의붓딸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아이 성씨도 "박이"로 바꾸었다. 그래서 아이들 이름이 "박이송이"와 "박이성기"가 되었다. 성질같아선 바람을 피운 남편의 성을 떼어내어 "이송이"와 "이성기"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부모 성 함께 쓰기"니 엄마 성만을 쓸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꾹 참았다. 어쨋든 오랜 전쟁을 겪고 멀리 돌아서 원래대로 돌아온 셈이다. 바람이 부는 저녁무렵에는 낳아주신 이씨 어머니가 생각나 눈물이 난다. 생부야 어찌되었든 간에 엄마 성씨를 끝내 되찾아 온 장한 딸이라는 감격이 밀려온다.

그러다 눈이 맞은 남자는 "송진"씨였다. "송진"씨와 결혼을 한 뒤 아이 성을 "송이"로 바꾸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딸아이 이름이 "송이"라서 성명이 "송이송이"가 되었고 아들 이름은 "송이성기"가 되었다. 당연히 동네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어 이름을 "순희"와 "준기"로 바꾸게 되었다. 그래서 "송이순희"와 "송이준기"가 되었다. 한시름 놓았다 했는데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송진"씨에게는 "도장"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둘이나 있었다. 그들의 성씨는 "송장"이다. 물론 어감이 않좋은 성姓때문에 "송진"씨와 "도장"씨는 다투다가 결국 이혼을 택했다. 성이 "송이"인 아이들과 "송장"인 아이들이 서로 성이 다르다고 매일 징징 울고 밥도 굶어 매일매일이 전쟁이었다. 결국 "송장"으로 통일할 지 "송이"로 할 지 한달을 다툰 뒤에 서로 "쿨하게" 갈라섰다. 기왕 이름을 "순희"와 "준기"로 바꾼 마당에 어머니가 주신 성을 포기하고 "송장"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지켜야 하는 여자의 성이 아니던가.

결국 아이의 성을 "박이"로 원위치 했다. 요즘 여자 "그들"은 밤새워 고민을 한다. 아이 이름을 "송이"와 "성기"로 원위치 했야 할지 그냥 둬야 할지... 어느 날 아이가 말한다. "내 이름을 뭐라고 해야 해?" 친구들이 볼 때마다 "오늘은 네 이름이 뭐니?"라고 묻는단다. 쥐뿔도 모르는 것들이 하는 소리지만 웬지 떨떠름하다.

또 어떤 성을 가진 남자와 결혼해야 성이나 이름때문에 골머리를 썩지 않을지 250여 성씨를 놓고 궁리를 한다. 아무나 쉽게 붙었다 떨어지고 성도 이리 바꾸고 저리 바꿀 수 있으니 자유를 최고로 누리는 것은 같은데 알맞는 성을 골라서 남자를 찾아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웬지 뒷맛이 씁쓸하다. 내일 아침 작명소(아니 "작성소")라도 들를까... 그러다 여자 "그들"은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내 아이의 성이 뭐였더라..." 또 이런 생각이 든다. "내 아이는 수시로 바뀌는 자신의 성을 어찌 받아들일까?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과연 양성평등이라는 나의 대의였음을 이해해줄 것인가..."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몇번이나 개가를 하여 아이 성과 이름을 바꿔줘야 하는가... 자신도 모르게 긴 한숨부터 나온다.

요컨대, "부모 성 함께 쓰기"가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짓이다.


계속...


 
2010.9.8; 201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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