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3색 신호등"을 비웃다

막가는 "3색 신호등"을 비웃다: 국제표준이라... "너나 잘하세요"

얼마전 경찰청이 교통신호체계를 선진화한다면서 소위 "3색 신호등"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기존 신호체계보다 효율성이 크다고 했고,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국제표준이라고 했다. 많은 시민들이 낯선 신호체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항의하자 홍보가 부족하긴 했지만 어쨋든 새 신호체계로 밀어붙이겠다고 했다.

낯선 그림이 아니다. 정부에서는 결정을 하고 (혹은 기존 결정을 뒤집든), 시민들은 토달지 말고 따라야 한다고 믿는 자들이 득시글거리는 정권 아닌가. 시민들이 어찌 생각하는지는 애시당초 고려대상이 아니고, 일단 위에서 정하면 어쨋든 그 "정답"에 맞는 증거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니 어찌 하겠는가. "정답"에 토를 다는 자들은 종북주의자나 국가전복세력으로 몰아 잡아가두고 기소를 하는 것이 이 시대의 상식아니던가.

그런데도 하도 어이가 없는 일이라 한마디 안할 수가 없다. 도대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막가는 짓이니 하는 소리다. 멀쩡한 영장류가 하고 다니는 짓이라 보기 어렵다. 시민들을 무슨 무지렁이로 아는 것인지, 아니면 훈련용 똥개로 보는 것인지... 경찰의 "3색 신호등질"이 참으로 역겹기 그지없는 까닭이다.

먼저 "3색 신호등"이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지금까지 빨강, 파랑, 노랑색을 써왔는데 뭐가 새롭다고 3색을 운운하는가. 새롭게 검은색, 분홍색, 보라색이라도 쓴단 말인가? 새롭게 소개된 신호등을 보면 기존과 똑같은 색을 사용하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만취상태에서 신호체계를 만들어냈는지는 모르지만 (하긴 멀쩡한 정신머리로 그런 소리를 하기는 불가능한 일 아닌가...) 코흘리개 유치원생을 골려먹을 때 쓰는 색깔놀이같아서 속이 불편하다.

새로 소개된 신호체계는 좌회전을 지시하는 신호에도 빨강색을 넣는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 아닌가. 사용하는 색깔 수가 아니라 신호 종류가 늘었다는 것이고, 시민 입장에서 가장 큰 것은 좌회전 빨강색 아닌가. 도대체 "3색 신호등"이 제대로 된 말인가. 그 많은 경찰 중에는 국어를 제대로 하는 자가 한명도 없단 말인가

역시나 내세우는 이유가 효율성이고 국제표준이란다. 국제표준부터 살펴보자. 도대체가 무엇이 국제표준인가? 미국을 얘기했고 일본을 얘기했다. 마치 OECD로 대표되는 선진국 모두가 사용하고 있는 것인 양, 국제표준을 쓰지 않으면 후진국이 되는 양 강변했다. 왼쪽으로 걸어다니면 후진국이고 오른쪽으로 걸어다니면 선진국이라고 강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도대체 이런 명제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황당할 뿐이다. 그냥 왼쪽이나 오른쪽이나 사람들이 좋다는 쪽으로 정하면 그만인 것을...

선진국을 운운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미국 뉴욕주에서 가끔씩 좌회전 빨랑색 신호등을 본 적은 있지만 (그래서 사고를 당할 뻔 했었지만) 다른 주에서 (동부, 중서부, 서부) 그런 신호등을 본 일이 없다. 캐나다에서도 일본에서도 그런 신호등을 보지 못했다. (물론 전체 도로를 다닌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주요 간선도로를 다녔으니 뒷골목 어디에서 그런 신호등을 썼다면 할 말이 없다) "3색 신호등"이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이유다. 경찰청 나리님들은 대체 어느 나라를 다녀와서 그런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가? 지구도 부족하니 어디 안드로메다라도 다녀왔단 말인가?

어지간히 살만 하면 외국여행을 가는 것은 흔한 일이다. 가까이는 일본, 중국, 멀게는 유럽이나 미국을 여행을 떠난다. 수많은 시민들이 외국에 가서 눈으로 보았을 텐데, "3색 신호등"을 국제표준이라고 강변하는 용기는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외국여행을 나가본 경찰이 한 명도 없다는 소린지... 아님 경찰이 국제표준이라고 하면 찍소리 말고 국제표준인줄 알라는 소린지... 대체 명백한 사실을 두고 국제표준을 들먹이는 모습이 참으로 처량하기 짝없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한단 말인가. 차라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라. (뉴욕주가 선진국이면 동부나 중서부에 있는 다른 주는 후진국이란 말인가?)

하긴 수장이라는 자는 전임 대통령에 대해 근거없이 불순한 발언을 하여 고소된 상태 아닌가. (석연찮은 이유로 검찰이 수사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면 경찰청장이 세긴 센 모양이다) 근거를 대라는 요구에 대충 얼버무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에도 "역시나"라는 생각을 한다. 근거야 있든 말든 그냥 주장하면 세상이 모두 믿어줄 것으로, 아니 믿어야만 한다고 (안믿으면 잡아다가 주리를 틀테니) 생각하는 모양이다. 참으로 세상 편하게 사는 자들이다.

국제표준이 있다면 그것은 신호등 색깔이 빨강(정지), 노랑(주의), 파랑(진행)이며 그 의미가 같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다녀본 나라에서 공통된 것이다. 무슨 보라색이나 검정색 신호등을 쓰고 있다는 나라를 들어본 적도 없고, 빨강을 진행, 노랑을 정지 등으로 사용하는 예를 들어본 일이 없다. 물론 신호 순서나 신호등 크기나 설치규격 등은 그 나라 혹은 주마다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쨋든 그 "국제표준"을 사용하는 한 크게 불편한 일은 없다. 애초부터 "3색 신호등" 자체가 국제표준인데 도대체 뚱딴지같이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가... 한국 경찰들은 어디 안드로메다에서 살다가 왔단 말인가?

가장 짜증나는 일은 "선진국" "국제표준" 어쩌구 주장하는 대목이다. 위정자들은 흔히 선진국에서는 어찌 하는데 우리는 왜 이러냐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고 한다. 영어교육을 강화해야 한댄다. "오렌지"는 안되고 "오뤤지"라고 해야 한댄다.(영어사전을 찾아보면 이 말이 "개풀뜯어 먹는 소리"임을 금방 안다). 도대체 왜 우리가 선진국에서 하는 일을 따라서 해야 하는가? 왜 국제표준이면 모두 따라야 하는가? 정말 도움이 된단 말인가? (근거를 대라면 또 꿀먹은 벙어리가 될 것이 뻔하다) 선진국처럼 되어야 행복하단 말인가? 아예 성형수술이라도 해서 서양인처럼 뼈속까지 갈아치워야 속이 시원한가? 아직도 "근대화이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선진국타령만 해대고 있다.

그리 선진국과 국제표준이 좋으면 먼저 스스로 따를 일이 아닌가? 자기들은 선진국 수준도 국제표준과도 거리가 멀면서 시민들보고 선진국 수준과 국제표준을 따르라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가? 알다시피 한국에서 가장 경쟁력이 떨어진 분야가 정치권과 정부관료제인데 왜 그 수준을 선진국과 국제표준으로 높이지 않는가?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고 시민의 뜻을 거스르면 그 자리를 내려와야 하는 선진국의 표준을 왜 외면하는가? 그러면서 시민의식이 어쩌구를 따지는가? 국사까지 영어로 교육할 것을 강조했던 정권이지만 영어를 제대로 번역하지 못하여 국회비준을 못받는 비참한 정권이다. 가장 영어교육을 "심화"해서 받아야 할 자들이 영어교육을 운운하고 자빠졌고, 가장 선진국 수준과 국제표준으로 개선되어야 할 자들이 선진국 운운하고 국제표준을 운운하는 판국이다. "너나 잘하세요"가 목구녕에서 절로 나온다. 자기들이 필요할 때 (유리할 때)에만 선진국을 찾고 국제화가 어쩌구를 나불거리는 역겨운 기회주의자들이다

빨강색 좌회전 화살표를 포함한 "3색 신호등"이 얼마나 효과성이 있는지는 지켜 볼 있이다. 확실한 것은 기존 신호체계에 비하여 엄청난 효과는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월등한 신호체계라면 모든 선진국이 도입하지 않았을 까닭이 없다. 안그런가? 또 하나 확실한 것은 빨강색 좌회전 화살표는 혼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혼선을 빚을 것이다. 뉴욕시민들도 가끔씩 헷갈린다는데 다른 주에서 온 시민들은 얼마나 황당할 것인가 (빨간색 좌회전 신호를 보면 가라는 소린지 서라는 소린지 헷갈린다). 생소한 것은 알겠는데 그것이 효율성이 높은 (혹은 낮은) 줄은 전혀 모르겠다. "3색 신호등"이 기존 신호체계에 비하여 효율이 있다 해도 "거기서 거기"에 머물 것이다

사실 신호체계는 효율성이나 국제표준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신호체계는 사회구성원의 약속이다. 약속은 상호간 충분한 의사교환과 합의로 정해진다. 그 사회의 전통과 관습에 비추어 충분히 효율이 있고 불편함이 없으면 된다. "국제표준"이 있다고 해도 그 전통과 관습, 그리고 시민 개개인의 습성과 많은 차이가 있다면 다시 생각해볼 있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합의된 약속을 잘 지키느냐이다. 신호체계를 바꾼다고 해서 자동으로 효율성이 늘어나고 온갖 교통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믿는다면 "순진무구"한 유치원생 수준이다.   

따라서 홍보가 부족한 것은 인정하지만 새 신호체계를 강행한다는 경찰청 발표는, 충분히 예측한 것이긴 하나, 핵심을 벗어난 것이며 시민들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하다. 강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약속"을 형성하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찰이 정하면 시민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자들에게는 쇠귀에 경읽기이긴 하나, 사회구성원이 동의하지 않는 것을 밀어붙이는 것은 정당성도, 효율성도, 성공가능성도 없다. 그리고 적응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교통신호등만 바뀌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얼마나 신호를 잘 지켜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기계문제라기보다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에 관한 문제이다.

이런 명제를 인정하기 싫다면, 매년 다른 신호체계를 도입하여 강행해 보라. 내년에는 색깔을 한 다섯개로 늘리고, 후년에는 아예 직진신호만 허용하고, 그 다음에는 신호등을 없애고 그 자리에 교통순경을 배치해보라(청년실업도 줄일겸). 어쨋거나 경찰이 정한대로 움직이는 시민들의 "순응"을 보는 기분이 솔솔할 것이다. 완장을 찬 자가 지시대로 움직이는 훈련용 똥개를 보면서 누릴 수 있는 환희랄까... 교통 효율성은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으나 대충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확실한 것이 있다면 경찰은 신호위반 단속건수를 크게 늘릴 수 있다는 것과 범칙금 수입이 짭짤하다는 것이고, 신호등 교체나 교통순경 예산을 많이 확보할 수 있으며, 그 만큼 시민들의 짜증도 크게 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누구를 위한 신호체계 도입인가? 이러고도 시민을 위한 것이라 강변할 것인가? 결론은 백번을 양보해도 시민편의와는 아무런 의미있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3색 신호등" 사건의 핵심이다. 어쩌면 이 정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비정상의 근본이다. 누가 뭐라 하든 제멋대로 질주하는 "막가는" 사고방식이 문제이다. 경찰이 정하면 시민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정하면 (사회구성원이 합의하면) 경찰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토를 달면 공산주의자나 테러리스트로 몰아버리면 그만이라는 (최근 민주화바람이 불고있는 중동 국가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는 것처럼) "막가는" 생각이 문제다. 근거없는 망언으로 시민들의 비난을 받은 자를 경찰청장 자리에 앉히는 것부터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자초했다. 홍보는 부족했지만 강행하겠다는 소리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다. "국제표준"으로 치면 당장 사표를 받아야 할 사안이다.(어디서 그따위 소리를 하고 자빠졌는가... 쯔쯔쯔)

내가 볼 때 선진국에서 꼭 배웠으면 하는 신호체계가 있다. 미국에서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교차로에 적용되는 규칙이다. 물론 운전면허 시험에도 나온다. 일단 정지하고 교차로에 가장 먼저 온 차가 먼저 가고 (직진하든 회전을 하든), 비슷하게 도착했다면 (선후를 가리기 어려운) 자신의 오른쪽에 있는 차에게 양보한다. 이런 규칙때문에 혼란을 피할 수 있고 안심하게 교차로를 건널 수 있다. 경험하건대 한국에서는 먼저 도착하는 순서가 아니라 "강심장" 순서다. 무조건 들이대고 보는 "난장판"이라면 너무 지나친가. 이러한 규칙을 사회구성원이 서로 이해하고 동의한다면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를 건널 때마다 고민하고 걱정하는 일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에게 국제표준을 강제하기 전에 경찰청 스스로 "국제표준"에 맞춰야 할 일이다. "촛불" 끄느라, "명박산성" 쌓느라, 실적 쌓기용 "3색 신호등"질 하느라 바쁜 줄은 알지만 좀 시간을 내서 선진국에 가볼 일이다. 가서 쇼핑하고 관광만 하지 말고 다른 나라 경찰들은 어찌 하는지를 좀 배우고 오라. "명박산성"을 쌓은 경찰이여... 그러고서도 선진국이니 국제표준을 운운한다는게 스스로도 낯뜨겁지 않은가. 도대체 어느 선진국의 경찰이 그런 야만스런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

기왕 선진국이니 국제표준이니 애기가 나왔으니 이제 우리도 좀 수준높은 경찰서비스를 받으며 살자. 퇴출(빨강), 경고(노랑), 양호(파랑) 딱지() "국제표준"에 미달하는 경찰을 골라내어 경찰서비스를 획기적으로 선진화하는 "3색 부호표" 제도를 제안한다. 먼저 국어능력도 부족하고 근거없이 국제표준을 운운한 자들부터 빨간딱지를 들이밀어 즉시 퇴출시킬 일이다. 시민위에서 군림하려는 퀘퀘묵은 "민중의 몽둥이" 사고방식을 가진 자들을 색출하여 주저없이 빨간딱지를 붙일 일이다. 제발 신호체계를 들먹이기 전에 어찌하면 많은 시민들이 동의하는 제도를 고안하여 실효성있게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길 바란다.

201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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