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실한 참여연대와 철없는 총리

순실한 참여연대, 철없는 총리, 그리고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

연합뉴스와 오마이뉴스(6월 14일자)에 따르면 참여연대가 천안함사건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서한을 15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 유엔사무총장실, 한국유엔대표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정부측에서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피격을 받은 상황에서 한 시민단체의 이런 행위는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나 마찬가지"라며 "재를 뿌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일파만파"라 표현했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비난에 동의할는지 궁금하다. 역시나 반공과 숭미로 무장한 일부 애국자들이 "군을 불신하고 북한을 대변하는 참여연대의 해체를 촉구한다"면서 "국제사회에 우리나라의 위신을 추락시키고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한 것"이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일"이라고 분개하고 나섰다. 정운찬 총리는 "일부 철없는 사람들이 천안함 침몰을 정부의 조작이라고 한다,"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유엔에 나가 얼굴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그 분들이 어느 나라 국민인지 의문이 생겼다"며 힐난했다고 한다. 한걸음 더 나가 "조금이라도 애국심이 있다면 그래선 안된다"고 찍어 눌렀다. 

그런 날선 비난을 듣고 있기가 나는 몹시 불편하다. 자기 생각과 다른 주장을 하면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전에 우루루 몰려가 떼를 쓰는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은 원래 그렇다 치자. 가스통 굴리고 화형식하고 식칼들고 차력하는 사람들이니 어쩌겠는가. 하지만 명색이 국무총리라는 자가 그런 "철없는" 말을 입에 담았다는 것이 뒷맛이 떫기만 하다. 그대는 국익을 대변하고 그대를 반대하면 국익을 훼손한단 말인가. 그대는 애국심이 있고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은 애국심이 없단 말인가. 그대가 말한 국익은 국익이 아닌 정권의 이익이요, 애국이란 단지 정권에 맹종하는 것을 말함이 아닌가. 참으로 "어느 나라 총리인지" 의문이 생긴다. 백성들의 마음을 그리도 모르니 "딴나라 총리"라고 한다면 너무 야박한가?

또한 고소를 남발하고 국가보안법을 바이블처럼 끼고 사는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의 망동을 "일파만파"라고 적고 싶은 집권자들의 속내를 보는 것같아 안쓰럽기만 하다. 백성들이 조사결과를 믿지 않고 다른 의견을 내는 것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할 까닭이 무엇이란 말인가. 선거가 끝났으니 그만 이번 일이 조용히 넘어가 묻혀주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 "잔치"는 끝났으니 그만 판을 걷자는 것인가.

"일부 철없는 사람들"이라 했는가? "딴나라 총리"아닌가?


나는 참여연대가 발송했다는 이슈리포트를 자세히 읽어본 적은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의문점과 문제점을 읽어보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상식선에서 충분히 의심을 품을 만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어떤 가설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는 것은 과학에서 흔한 일이다. 마땅히 칭찬을 받아야 할 일이다. 의문을 품는 것이 불경스러운 일이고 망신스러운 일이라면 그것은 이미 과학이 아니다.

이슈리포트 1: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로 해명되지 않는 8가지 의문점


1. 물기둥에 대한 설명이 설득력이 없다.

2. 생존자나 사망자의 부상정도가 어뢰폭발에 의한 것인지 설명이 부족하다. 

3. 절단면에 폭발의 흔적으로 볼 만한 심각한 손상이 있는지 설명이 없다. 

4. 천안함 사건 초기 TOD 영상 진짜 없나? 

5. 가스터빈실에 대한 조사 없는 결과 발표, 그렇게 서두를 이유 있었나? 

6. 화약 아닌, 알루미늄 산화물이 폭발의 흔적인가? 

7. 북한 연어급 잠수정의 실체는 뭔가? 수일간 추적하지 못한 것은 납득할 만한가? 

8. 어뢰발사 감지 못했나? 


이슈리포트 2: 천안함 침몰 조사과정의 6가지 문제점


1. 군, 천안함 관련 기초자료의 비공개와 통제
2. 천안함 절단 침수 관련 TOD 동영상 은폐
3. ‘민간’은 사실상 배제된 민군합동조사단
4.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인 조사위원의 조사활동 제한
5. 진상규명에 있어 해외조사단의 역할은 과연 무엇이었나?
6. 희생자 가족들의 민군합동조사단 참여 배제

어차피 모든 정보는 군에서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단의 발표내용이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다. 물론 맞다고 할 수도 없다.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어떻게 맞다 틀리다 할 수 있단 말인가. 정부측에서는 "국제 전문조사 인력까지 함께 한 과학적, 객관적 조사를 통해 결론이 났고 50개가 넘는 나라에서 신뢰를 보냈다"고 말하면서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한 것으로 단정하고 있다. 물론 "그들만의 과학성"과 "그들만의 객관성"으로 보면 명명백백한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희망사항"일 뿐이다. 

무슨 단합을 말하는가? 강제된 "동원"을 말하는가?왜 국제 전문조사 인력까지 함께 한 그 조사에서 백성들은 제외되었어야 했나? 러시아 전문가들도 다 보고 갔는데 왜 이 나라 백성들은 구경하는 것도 트위터에서 추첨을 받아야 하는가. 다른 나라들에게는 친절하게 조사결과를 설명하는데 왜 이 나라 백성들은 그런 것도 없이 무조건 믿어야 한단 말인가. 얼마나 이 나라 백성이 못났으면 이런 굴욕을 당하는가. 대체 어느 나라 군대이길래, 어느나라 정부이길래 백성을 이리 무시한단 말인가. 나랏님이 한 일이니 다 믿어야 하는가? 과연 나랏님이 백성들에게 신뢰를 얻을 짓을 했는가? 백성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서 나라 밖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 집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나가서도 새는 법이다. 

일이 이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총리는 "중차대한 피격 사건을 국제 사회가 다루고 있는데 국민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피격사건인지는 검증해봐야 아는 것이지만) 물론 천안함이 침몰한 큰 사건에 대하여 백성들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단합은 억지로 강요된 단합이 아니라 합리성과 자발성에 기초한 단합이어야 한다. 객관성과 공정성과 투명성을 가지고 가설을 검증해야 하며, 그 결과를 백성들이 납득해야 한다. 그것이 없이는 단합이 아니라 국가위기를 빌미로 백성을 강제 "동원"(mobilize) 하는 것이다.  

단합된 모습을 해치는 것은 다름 아닌 군과 정부다. 초기에 대응이 잘 되었다며 칭찬을 늘어놓은 입으로 이제 와서 보고가 조작되었느니 어쩌니 말하는 정부를 믿어야 한단 말인가? 사고시간도 오락가락하고 TOD동영상이 오락가락하는데 뭘 믿고 단합을 한단 말인가. 감사원이 군지휘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밝혔는데, 명예를 운운하며 반발하는 군의 모습에서 "단합"은 찾아볼 수 없다. 훈련중인 배가 침몰하여 수많은 사상자가 났고, 경계와 보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책임은 커녕 반성하는 기색이 없다. 국회의원의 질문에 국방부장관은 "사퇴하면 되겠냐"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한다. 천안함 침몰사건 당시 술을 마시고 취해있던 고위급 장성은 감사원 발표에 반발하고 전역지원서를 내고 명예회복을 한다고 벼르고 있다. 이런 군(지휘부)을 믿어야 한단 말인가? 

장군, 아니 장교의 기상과 명예는 다 어디에 갔단 말인가... 이 사람들아, 영문도 모른 채 커다란 군함이 가라앉았고 젊은 병사 50여명이 죽어나자빠졌지 않은가. 그대들이 무슨 이등병인가, 하사인가... 장교야 장교, 이 사람들아! 장교의 책무라는 것이 있다. 장교라면 교육기간 중에 귀에 못이 밖히도록 듣고 외고 했을 것이다. 별딱지를 자랑스레 달고 있는 장군들이여, 그대들도 한번 읽어보라. 지금 부하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는가. 스스로 부끄럽지 아니한가.

"장교는 군대의 기간이다. 그러므로 장교는 그 책임의 중대함을 자각하여 직무수행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건전한 인격의 도야와 심신의 수련에 힘쓸 것이며 처사를 공명정대히하고 법규를 준수하며 솔선수범 함으로써 부하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아 역경에 처하여서도 올바른 판단과 조치를 할 수 있는 통찰력과 권위를 갖추어야 한다."

"그들만의 과학"이 아닌 만인의 과학을 원한다.
천안함이 침몰한 것을 밝히는 것은 과학이다. 왜 그런 과학에 다른 나라 전문가는 참여할 수 있는데 왜 이 나라 백성들은 구경조차 할 수 없단 말인가. 정부에서 정보를 독점하고 외부 (야당, 북한,...) 참여를 배재하는 한 어떠한 조사도 발표도 과학이 될 수 없다. 실제로 북한이 공격을 해서 침몰했다 해도 그 조사는 과학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황우석이 망한 것이다. 그 사람이 실제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해도 그가 행한 것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았다. 멀쩡한 연구노트도 없이 반복실험을 해보이지 못하는 엉터리 과학일 뿐이다. 그 사람의 능력과는 전혀 별개로 반증가능하지 않은 비과학이다. "그 사람만의 과학"이지 "인류의 과학"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조사단의 결과는 "그들만의 과학"이지 "지구촌의 과학"이 아니다.  

정보는 독점하고 검증해보자는 요구는 묵살하면서 국가안보가 달린 문제이니 단합하자고 외친다면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그토록 조사단의 결론에 자신이 있다면 오히려 검증해보자고 야당이나 시민단체나 북한에게 제의하는 것이 정상이다. 조금이라도 의심을 품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직접 보고 만지게 해서 의심을 풀어주면 된다. 가장 확실하게 결론을 얻고 국가단합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다. 왜 이 상식에 가까운 방법을 외면하고 믿도 끝도 없이 "믿슙니까"를 묻는 것인가. 믿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고소를 당하고 국가보안법으로 난도질을 당한다면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는 죽은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반대자를 숙청하기 위한 "정권유지법"임을 자백하는 셈이다. 

천안함 침몰을 정부의 조작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말이 맞든 틀리든) 정부가 그들을 "일부 철없는 사람들"로 폄하할 수는 없다. 정보를 독점한 정부가 검증은 거부하면서 그저 자신들의 조사결과를 믿을 것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그런 주장은 충분히 가능하다. "인간어뢰"나 "물수제비어뢰"나 "외계인설"이나 모두 군과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지금까지 의심스러운 짓만 골라서 해놓고서 이제와서 왜 믿지 않느냐고 푸념을 하는가. 처음부터 경계와 보고에 실패한 군은 조사주체가 아니라 침몰한 천안함과 마찬가지로 조사대상이 되었어야 했다. 이 나라의 주인인 백성 (민간인 대표)이 주관하여 관련자들과 함께 조사를 벌였어야 했다. 

황우석의 연구와 조사단의 조사: 과학이 아니다

참여연대의 행동이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유엔에 나가 얼굴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과학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에 대하여 의문점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나라 망신을 자초하는 행위란 말인가. 황우석의 연구에 의심을 품는 과학자들에 대하여 "애국심"으로 매도한 것이 합당했단 말인가? 정총리가 "그 분들이 어느 나라 국민인지 의문이 생겼다"고 했고 "조금이라도 애국심이 있다면 그래선 안된다"고 했다. 몇년 전 황우석 연구를 둘러싼 논란에서 과학이 아닌 믿음(혹은 종교와 같은 맹신)에 눈이 먼 사람들이 주장했던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황우석의 엉터리 연구에 의문을 제기한 젊은 과학자들 때문에 이 나라가 그나마 체면이 선 것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한국은 과학과 정치와 "애국심"을 분별못하는 야만국으로 매도당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들만의 과학"에 이의를 제기한 참여연대는 사회의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조사단의 조사결과가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그 역할을 폄하할 수는 없다. 이성과 상식에 근거한 의문점과 문제점을 제기한 것만으로도 박수받아야 한다. 과학과 양심으로 이 나라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순실(純實)하게 비영리조직의 몫을 다하고 있다. 나라망신을 시키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그들만의 과학"을 밀어붙여 이 나라의 과학수준에 먹칠을 하고 어설픈 외교로 명분도 실리도 잃어가는 군과 정권이다. 엄밀한 과학으로 사실관계를 면밀히 살피자는 주장이 재를 뿌리는 일이라면 그것은 정권이 하고자 하는 일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제사에는 (마음가짐이나 절차나 예법) 관심이 없고 제밥에만 눈독을 들인다는 얘기다.

정총리, 대체 어느 나라 총리인가? 철없는 딴나라 총리인가?

 정총리의 발언이 몹시 귀에 거슬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과학이 무엇인지 알만한 사람이 전혀 과학과 동떨어진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국무총리 자리에 있는 자가 과학이 아닌 믿음을 말하고 애국심을 말한다는 사실이다. 국익과 애국심으로 객관성과 투명성이 없는 황우석 연구를 믿어야 하는가. 역시 국가 위기를 맞아 국익과 애국심으로 객관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조사단의 결과를 무조건 믿어야 하는가? 행여 북한의 소행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 국익과 애국심은 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황우석 사건으로 한국과학자의 연구가 의심받는 상황이 국익이고 애국인가? 지금 라스베가스에 가서 나라를 걸고 도박을 하자는 것인가? 

정총리가 참여연대를 "일부 철없는 사람들"로 매도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참여연대가 "천안함 침몰을 정부의 조작이라고" 했다고 은근슬쩍 비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수차례 말실수로 분란을 일으킨 총리의 가벼운 입을 봐왔던 터다. "잘못된 약속을 지키려는 여자가 있다"와 같은 치졸한 말법이다. 하지만 철없는 것은 과학에 관한 의문점을 지적한 참여연대가 아니다. 바로 정총리이다. 백성의 머슴이란 자가 주인어른의 멱살을 잡고 믿으라 윽박지르고 있으니 말이다. 명색이 박사라는 자가 애국심을 들먹이며 과학을 모독하고 있으니 말이다. 석연찮게 군복무를 회피한 자가 대체 누구에게 애국심을 가르치려 드는가. 참여연대에게 정권에 충성하는지를 묻고 싶은 것인가? 애국심이란 것이 고작 그런 뜻이란 말인가. 그대는 정말 "어느 나라 총리인가..." 

또한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을 안타깝게 보고 있다. 맹목적 정파성(partisanship)에 매몰되어 무조건 남의 말을 막아보려는 자들이다. 자신의 말 외에는 듣는 것도 따져보는 것도 죄악이라 생각하는 자들이다.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을 포기하고 자신의 오호를 진리로 착각하고 사는 사람들이다. 아직도 6.25동란을 당한 정신줄로 "반공"을 국시로 믿고 사는 "순진무구"한 사람들이다. 천동설 외에는 말해서는 안된다고 믿는, 21세기를 중세기로 살면서 돈키호테의 애국심과 순정을 그리워하는 낭만주의자들이다. 어쩌겠는가, 그들이 천동설을 좋아하든 말든 지구는 돌고 있는 것을... 


2010.6.14 (수정: 20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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