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의 서한과 "애국단체"의 가스통

천안함사건 조사에 의문점과 문제점이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서한을 보낸 참여연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정권, 그 정권이 "낙하산"으로 틀어쥐고 있는 언론, 자칭 보수라는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이 참여연대를 난타하고 있다. 선거에 참패하여 울고 싶은 마당에 참여연대가 때마침 뺨을 때린 셈이다. 참여연대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는지, 공무집행을 방해했는지 따져본다는 소리도 들린다. 대다수 백성들은 그저 침묵하고 있다.

나이로 무장한 머리 희끗희끗한 "애국자들"이 나섰고 역시나 가스통으로 무장한 "군복들"이 출동을 했다. 이적행위라고 했고, 나라 망신이라 비난했다. 더 나아가 가스통과 시너로 위협하면서 "xxx을 따버리겠다"고 했고, 폭파해버리겠다고 했고, 불태워버리겠다고 했다(오마이뉴스 6.17, 박상규; 한겨레신문 6.17, 황춘화). 씌인 내용도, 색깔과 디자인도, 입에서 나온 말도 모두 섬찟하다. 게다가 하는 행동은 차마 믿기질 않을만큼 무모하고 과격하다. 일부 "자칭 애국자들"이 기회주의 언론과 반공정권을 등에 업고 난장판을 피울 때마다 나는 참담한 심정으로 눈을 감는다. 과연 언론에 비춰지는 대로 "애국자들"의 주장과 행동은 전체 백성을 대표하고 있단 말인가. 왜곡되고 과장된 민심아닌 민심을 어찌한단 말인가.

참여연대를 위해 변명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을 비난하고자 함도 아니다. 그렇다고 양비론을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성과 상식에 의한 토론이 불가능하도록 이끄는 "검은 세력"(dark side)을 말하고 싶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그러니 너를 반드시 개종시켜야 하고 응징해야 한다는 집착으로 생겨나는 참사를 말하고 싶다. 한번 밀리면 끝장이다와 같은 맹목적 힘겨루기가 얼마나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을 피폐(疲斃)시키는지 말하고 싶다. 백성들의 무관심과 무지를 먹고 사는 "검은 세력"의 음흉함과 비열함을 말하고자 한다.

참여연대의 서한: 무자비한 폭력으로 난타당하는 "말"

무방비로 난타를 당하고 백주대낮에 테러까지 당하고 있는 참여연대가 한 일은 무엇인가? 죽을 죄라도 졌단 말인가? 참여연대는 천안함사건 민군합동조사단이 발표한 결과를 보고 의문점과 문제점을 제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냈다는 서한은 참여연대의 의사표시이다. 비영리단체로서 그동안 해오던 일을 한 것이다. 정부에서 교묘히 비난하는 것과는 달리 조사단의 발표가 틀렸다는 것도 북한이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아니다. 자료와 정보가 차단된 상황에서 맞다 틀리다를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지 조사결과에 의문점이 있다는 것이고 문제점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상식에 근거한 "말"이며 많은 백성들이 공감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북한의 소행임을 못박고 서둘러 대응조치를 얻어내고 싶어 한다. 조사단이 객관성과 과학성으로 조사를 했다고 확신하고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임을 단정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그 조사가 이런 저런 문제점이 있으니 차분히 검토해 보자는 입장이다. 검토결과 의구심이 해소되고 문제점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때 가서 조치를 취하면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문제점이 많은 조사로 밝혀지는 상황을 더 걱정하는지도 모른다. 끔찍한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쨋든 정말 어찌하여 천안함이 가라앉았는지 객관성으로 과학성으로 따져보자는 것이 참여연대의 의견으로 보인다.  

왜 이러한 의견개진이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왜 조사단의 조사를 의심하면 안된단 말인가. 왜 북한이 저지른 일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하면 안된단 말인가. 단지 "말"을 했을 뿐인데 가스통으로 폭파해버리겠다느니 "xxx를 따버리겠다"니 하는 테러를 당해야 하는가. 참여연대에 가해지는 무자비하고 적나라한 폭력이 참으로 지나치다. 그저 어이가 없고 황당할 따름이다. 조사단의 결론이 맞을 수도 있고, 그래서 참여연대의 의문점과 문제점이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설령 그렇다 해도 바짝 날이 선 비난과 욕설을 참여연대에 퍼붓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하물며 그 비난이 이성과 합리성과 전혀 무관한 "마녀사냥"임에랴...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의 초상: 늙은 이승복 어린이들

왜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은 저리도 흥분을 하는 것일까.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반공, 멸공, 반북, 빨갱이 타도, 국가보안법... 하지만 열에 아홉이나 열은 모두 "주장"만 있을 뿐이다. 너가 주장하는 것은 북한의 주장과 같다. 그러니 친북세력이고 빨갱이다. 이적행위를 했으니 국가보안법으로 처단해야 한다. 이 논리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 결국은 공산주의와 북한(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뼈속깊은 증오가 "뇌관"인 셈이다. 

어쩌면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이 자랑스레 내보이는 주름살을 생각하면 이해가는 면이 있다. 가까운 친척 내외가 인민군에게 죽임을 당한 일이 있는 사람으로서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철없는 애국자들"은 한국전쟁을 6.25사변으로 경험하였고, 참담한 1.4후퇴를 경험하였고, 베트남전에서 지옥과 같은 공포와 고통을 경험한 세대다. 전쟁 후에도 각종 국지전에서 처참한 지경을 목격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공산주의와 김일성과 김정일을 생각할 때마다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전의를 불태우는 심정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참으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이승복 어린이들"이다.  

하지만 그런 경험과 상처가 그들의 모든 언행을 정당화해줄 수 없다. 전쟁을 경험한 모든 사회에서 그런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한국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전쟁과 갈등 속에서 몸과 마음을 다친 사람들을 사회가 따뜻하게 품어주고 그들의 상처를 치료해줘야 한다. (그러니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반공정권은 그들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정권안보에 이용하였고,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은 반공과 좌익척결을 구실삼아 정적을 없애는 일에 동원되곤 했다. 

기회주의 언론과 반공정권의 그늘 아래서 "완장찬 애국자들"은 가스통이든 식칼이든 시나든 마음껏 휘둘러왔다.반미를 외치는 시위대가 돌을 던지면 좌익폭력으로 엄벌을 받지만 애국자를 자청하는 가스통은 아무 일이 없었다. 촛불시위에서 예비군복을 입고 질서유지를 하면 위법이라고 조사를 하면서도 "애국자들"이 군복을 입고 가스통을 굴려도 꿀먹은 벙어리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이처럼 일부 "애국자들"은 "무소불위 완장"을 차고 "반칙"으로 재미를 봐온 사람들이다. 그 (권력) 맛이 달콤하여 잊지 못하는 것이다. 기회주의 언론과 반공정권이 마련해준 독무대에서 그들이 쳐주는 장단에 맞춰 60년이나 "흘러간 옛노래"를  계속 부르고 있다. 꽃미남 꽃처녀들이 꺾고 흔들고 하는 판에 백발을 휘날리는 할배들이 청승맞게 "번지없는 주막"을 신파(新派)로 부르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의 비이성과 비합리성 

내가 안타까와 하는 점은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의 주장에서 이성과 합리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위에서 적은 바대로 "주장"만 있을 뿐이다. 그들의 논리라는 것도 이성과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다. 황당할 뿐이다. 자기 기준에서 싫으면 친북이고 빨갱이가 되는 것이다. 예컨대, 북한넘덜이 키가 작은데 너도 키가 작다. 그러니 빨갱이다. 때려잡자. 이런 식이다. 친북이 되는 기준을 무엇인지, 왜 빨갱이인지를 말하지 않는다. 내가 싫고 내가 나쁘다고 생각하니까 너는 반드시 나쁘고, 또 나쁜 놈이어야 하는 것이다. 눈튀어나올 것같은 증오와 열혈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에게 왜 친북인지 왜 빨갱이인지는 너무도 자명하다. 그냥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야 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있고 싫어하는 것이 다 다르다. 하지만 본인이 싫어한다 하여 남이 좋아하는 것을 함부로 폄하할 수는 없다. 법을 따지기 이전에 품격에 관한 얘기다. 내가 사과를 싫어한다 하여 상대방이 사과를 좋아하면 안되는가? 더구나 참과 거짓을 가리는 과학논쟁에서 주장하는 바가 다르다고 하여 그 타당성을 따지지 않은 채 비난한다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무조건 상대방의 입을 틀어막으려 하니 말이다. 하물며, 가스통 몰고 가서 섬찟한 구호를 칼날돋힌 욕설로 쏟아내는 테러임에랴...

어쩌면 오래된 습관으로 반공정권이 하는 일은 무조건 믿고 거기에 반대하는 자들은 빨갱이로 모는지도 모른다. 이분법을 비난하고 폭력을 비난했지만 스스로 이분법과 폭력을 울궈먹고 살아온 후유증일는지 모른다. 독재정권에 항거한 시위대들이 백성들을 선동한다고 몰아붙였지만, 그 자체가 백성들을 호도하고 선동했던 것이다. 간첩으로 몰아서 짓밟고 죽인 것은 인민재판과 다름이 없다. 이성과 합리성이 아니라 정권을 반대하는지만 물을 뿐이다. 반대하면 자동으로 친북, 빨갱이, 간첩, 체제전복세력이 되는 것이다. 이승만 때 그랬고, 박정희 때 그랬고, 전두환/노태우 때에도 그랬다. 시대는 변했으나 "철없는 애국자들"은 변함이 없다. 

왜 그 사람이 친북이고 빨갱이인지를 묻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왜 조사단의 조사가 객관성과 과학성이 있는지를 묻지 않는다. 그냥 친북이고 빨갱이인 것처럼 그냥 객관성과 과학성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무조건 반공을 믿는 것처럼 "이명박 장로"를 믿는 것이다. 반공을 안하면 나쁜 놈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장로님을 안믿으면 이적행위이고 반역이다. 이런 이분법으로 피아를 구분하고 가스통을 밀고 쳐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이 투철한 애국심으로 믿고 사는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이다. 자기 주관을 그냥 "객관화"시키는 사람들이다. 논리과정이 빠져있으니 이성과 합리성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참 세상 편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그 결과는 비참함 그 자체이다. 그런 야만스런 "폭력" 앞에 "말"이 압살당하는 것이다. "공산당이 싫어요"만 허용되는 세상이 된다. 헌법에 통일이 명시되어 있어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말하면 안된다. 반공정권을 비판하는 것도 용서받지 못한다. 자신들이 인정하지 않는 김대중과 노무현은 시궁창에 쳐박으면서도 자신들의 "가카"를 욕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완장찬 그들에게는 헌법에 적힌 놓은 각종 자유는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이다. 이성도 합리성도 없다. 대화도 타협도 없다. "그들의 말"과 "정의사회 구현"을 위한 그들의 폭력이 있을 뿐이다. 백성의 말은 그들의 폭력에 깔려 들리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안타까와 하는 이유다. 

"피난민 정신줄"로 사는 순진한 돈키호테들 

완장차고 거리를 활보하던 그 기분과 60년간 "독무대"에서 흘러간 옛노래를 부르던 그 맛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성과 상식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어쩌면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은 너무나 단순하고 순진한 자들일는지 모른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한국전쟁과 남북대치 상황을 경험했고 반세기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그들만이 피난민 정신줄 (mentality)로 살고 있으니 말이다. 6.25사변을 당하여 1.4후퇴하던 때 사생결단을 하듯 피난열차에 오르던 그 절박함이다. 이것 저것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그저 한 발이라도 얹고 한 손이라도 잡을 만한 무엇이라도 간절했던 그 "피난민 정신줄"이다. 

벌건 대낮에 가스통 굴리고 화형식을 한다며 불을 붙이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천둥 벌거숭이다. 어찌 멀쩡한 정신으로 그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한국전쟁 후 60여년을 한결같이 그러고 있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1.4후퇴 정신줄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정의의 사도"인 돈키호테가 공주를 구하기 위해 괴물과 처절한 싸움을 벌이는 그 정신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가 없다. 옆에서 그 공주가 실은 못생긴 하녀이고 그 괴물이 사실은 썪은 고목이라고 말을 해준다 한들 귀에 들어올 리 없다. 공주면 무조건 공주여야 하고 괴물은 무조건 괴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그리 상상을 했으니 의심을 품지 않는다. 

일단 그리 상상을 했으니 조사단의 조사는 객관성과 과학성이 있어야 하고, 또 실제 객관성과 과학성이 있다고 확신한다. 당연히 조사결과는 사실이고, 북한이 공격을 해서 천안함이 침몰한 것이다. 또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고목을 괴물로 만든 이상 반드시 공주를 해치는 흉악한 괴물이어야 하듯이,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켰어야 하고 공주를 노리는 괴물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처단해야 한다. 그러니 조사결과에 의심을 품거나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것이다. 정의사회를 구현하고 애국을 하자는데 초를 치는 놈들이기 때문이다. 북한과 똑같은 놈들이고 처단해야 할 놈들이다.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5형제"를 보듯 참으로 국가를 위하는 마음이 눈물이 날만큼 절절한 "일부 애국자"들이다. 

"정의의 사도"나 "애국자들"이나 사실 똑같은 부류다. 투철한 정신으로 정의와 애국을 위해 눈튀어나오게 싸운다. 그 순정과 열정은 참으로 눈물겹다. 늙은 당나귀에 녹슨 철갑이나 백발 성성한 군복차림에 가스통이나 거기서 거기다.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만 모두 자신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실제는 못생긴 하녀와 고목이고, 친일과 반공으로 살아온 세력과 민주주의와 양심으로 살아온 세력일 뿐이다. 고목을 괴물로 입체영상화하고 민주세력을 빨갱이로 색칠했을 뿐이다. 그리고 상식과 헌법과 무관하게 "기사도 정신"에 투철했고 "국가 보안법"에 투철했을 뿐이다.

"피난민 정신줄"로 사는 순진한 돈키호테들 때문에 가끔씩은 즐겁기도 하지만, 그들이 제때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피해자인 것같아 몹시도 안쓰럽다. 긍휼하는 마음이다. "일부 철부지 애국자들"의 비이성과 비합리성이 안타깝지만 돈키호테같은 순정과 순진함을 어찌 욕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지고지순한 "이승복 순정"을 이용해 먹는 검은 세력이 나쁜 것이다.

참여연대를 찾아가 무릎꿇은 어머니: 아들은 무엇을 원할까요?

연합뉴스(6.17)에 의하면 천안함 침몰로 아들을 잃은 분이 참여연대에 찾아가서 안전보장이사회에 서한을 보낸 것을 항의했다고 한다. "이북에서 안 죽였다고 하는데 누가 죽였는지 말 좀 해 보라," "이북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말해도 한이 풀릴까 모르겠는데 왜 이북 편을 드느냐," "모르면 모르는 대로 넘어가야지 왜 외국에 서신을 보냈나,""외국에서도 도와주려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해결할 일을 왜 외국까지 알리나"며 울분을 토로했다고 한다. "

식구를 잃은 비참함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물며 어찌 죽었는지도 모르게 죽은 식구를 생각할 때 "심장이 뒤틀어지고 썩어간다"는 말 그대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이 분명하다. 너무 슬픔과 아픔이 지나쳐 당장 누구라도 "때찌"를 했으면 하는 그 심정도 이해할 만하다. 아이가 넘어져서 울어도 땅바닥을 "때찌"하고 보는 엄마의 심정 아니겠는가.

하지만 천안함 사건은 이제 개인의 일이 아닌 나라의 일이 되어버렸다. 사회문제가 되었고 정치문제가 되었다. 이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까지 갔으니 나라 밖의 일이 되어버렸다. 안보문제가 되었고 외교문제가 되었다. 식구를 잃은 그 슬픔과 아픔과는 별도로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명백히 밝히는 일이 중요해졌다. 식구를 잃은 분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감정이 아닌 이성이 필요한 때다. 이념이 아닌 과학이 필요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성에 따라 과학을 요구하고 있다. 훼방을 놓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 어찌 죽었는지를 제대로 밝히자는 것이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더 슬프고 아플 수도 있지만 그것이 아들이 군인으로서 지켜온 멸사봉공이고 선공후사이다. 군인으로서 아들의 몫이다. 엄마의 몫과 다름을 깨달아야 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이 어찌해서 죽었는지를 밝혀주는 것이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최소한이 아닐까? 국립묘지에 안장을 하고 훈장을 수여한다 해서 그 억울함이 달래질 수 있을까? 정말 참군인이라면 그 원인을 명명백백히 밝혀 더 이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길 원할 것이다. 그런데 "모르면 모르는 대로 넘어가야지" "이제 제발 그만 하라" 함은 이기심이 지나친 것 아닌가. 북한이 저지른 일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가리지도 않고, 외국의 도움을 빌어 "때찌"를 하면 억울하게 죽은 아들이 기뻐할 것같은가. 북한이 처들어와서 나라를 다 빼앗기게 되었을 때 미군과 유엔군이 도와주었듯이 이번에도 그렇게 "때찌"해주기를 기다린단 말인가. 사실이 어찌되었는지도 모른 채 북한을 몰아붙이면 살아남은 자의 한이 풀린단 말인가? 죽은 아들의 한과 억울함은 어찌한단 말인가. 행여 북한의 소행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어찌 수습하려는가. 

그 순진한 심정은 이해하나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처럼 천안함 침몰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반공정권에 이용을 당한 셈이다. 선거 때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반공정권은 식구를 잃은 슬픔과 고통마저도 선거에 동원하였다. 서둘러 안전보장이사회로 갔지만 쉽게 결론이 나올 것같지 않다. 어머니의 한을 풀어줄 만큼 북한에게 가혹한 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조사가 부실하다면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결국 아들도 어머니도 어설픈 동원(mobilization)과 외교에 희생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애초부터 조사가 부실하다며 반발을 했던 유가족들이 이제 군과 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철썩같이 믿고 있으니 의아스럽기만 하다.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처럼 서로 주고 받는 과정 속에서 이심전심이 싹텄는지도 모른다. 참으로 검은 세력의 음흉함이란 이리도 사악하다. 
  
열린 사회와 "가스통 굴리는 사회"
헌법에 규정된 민주주의 사회는 "열린 사회"이다.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사회이다. 자유와 대화가 지배하는 사회이다. "말"로 이성과 합리성을 구현하는 사회이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의사표시를 하지 못한다면 "열린 사회"가 아니다. "닫힌 사회"이고 "가스통 굴리는 사회"이다. 자신이 싫다고 하여 남이 말하는 것을 가로막고 테러를 가하는 사회이다. 억압과 폭력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노래방에 가서 마이크를 놓지 않고 자신의 애창곡(그것도 60년이나 지난 흘러간 옛노래)만 불러대는 "공공의 적"이 있을 뿐이다. 그런 독무대에서 "음치"와 "박치"가 판을 치는 한 흥이 날 까닭이 없다. 

참여연대가 의문점과 문제점을 제기한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상사다. 상식이며 정당한 문제제기다. 그러한 비판의식으로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이 성장한다. 하지만 그 문제제기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설령 그것이 사실과 다르다 해도 비난할 수는 없다. 의견이 다르면 이성과 합리성에 근거하여 반박할 수 있을 뿐이다. 남이 말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가스통이나 시나병으로 위협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의 자유와 이성과 합리성을 피폐시키는 짓이다. 민주주의의를 허무는 짓이다. 이런 철없는 애국자들의 난동에 부화뇌동하여 국가보안법이니를 따져보겠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것도 열린 사회의 흥을 깨는 짓이다. 노래방에 왔으면 춤을 추지는 못할망정 다른 사람의 노래도 들어주고 박자를 맞춰줄 일인 것을... "독무대"가 웬말이고 가스통이 웬말인가.

경계도 보고도 엉망인 채 전쟁을 하자고? 보고 연습부터 하라.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이여. 그대들이 주장하듯이 조사단의 조사결과가 100% 맞다고 치자. 경계와 보고에 실패를 했고, 미군과 합동 훈련 중에 북한이 몰래 숨어들어와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돌아갔다고 치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대들은 북한이 저지른 일이니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종용하고 있다. 기회주의 언론의 부추김에 장단맞춰 전쟁분위기로 이끌고 있다. 아직도 반공과 멸공을 외치면서 빨갱이 사냥을 하고 있는가? 

조사단의 조사결과가 맞다면 "애국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그토록 애걸복걸하며 갈구한 한미동맹이라는 것도 다 소용없다는 것 아닌가? 미국의 무기체계를 동원하고 한미 합동작전을 펼쳐도 북한의 잠수함 하나를 잡지 못했다는 것 아닌가? 어찌하여 그 큰 군함이 가라않았는지 2달이나 지나서야 알았다는 것 아닌가? 더 중요하게는 무기가 많고 적고,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경계와 보고가 엉망이라는 것 아닌가? 이런 군대가 전쟁을 하면 이길 수 있는가? 아무리 무기가 좋고 병력이 많다고 해도 경계에 실패한 부대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상식 아닌가? 

그런데도 전쟁을 하자고 한다면 그대들 "애국자들"이야말로 이적행위를 하고 체제전복을 기도하는 것이다. 나라를 고스란히 북한 정권에 넘기려는 짓이다. 국가보안법으로 치죄받아야 할 일이다. 그대들이 제정신이라면 전쟁은 어떻게든 피하라고 말려야 했고, 밤을 새워서라도 대통령과 국방부장관부터 전화하는 연습을 하라고 촉구했어야 했다. 아무리 패스워드를 몰라 1주일 넘게 컴퓨터를 쓰지 못한 컴맹이라 해도 대통령이 사고 40분 뒤에 장관보다 먼저 알았다면 해도 너무한 일 아닌가? 사건이 일어난지 50분이나 지나서 장관이 알았다면 전쟁은 하나마나 아닌가? 50분이면 서울이 불바다되고도 남는 시간이다. 조그만 잠수함이 커다른 군함을 침몰시키고 갔어도 모를지경이면 전투기가 넘어온다 한들 어찌 알겠는가. 그런데도 순진한 애국심으로 전쟁을 하자고 한다면 다 죽자는 소리다. 일단 경계를 제대로 하고 보고체계를 가다듬은 다음에야 (예컨대, 장관까지 보고시간이 10분 이내) 전쟁을 하든 뭘 하든 할 것 아닌가.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은 김대중 노무현을 친북좌파정권이라고 맹비난했다. 북한에 퍼주기를 한다고 했고, 그것이 핵무기가 되어 돌아왔다고 했다. 안보불감증을 말했다. 하지만 정말 친북좌파정권이었으면 북한정권에게 나라를 넘겼어도 수십번은 넘겼다. 그대들 "애국자들"은 전부 끌려가 탄광에서 석탄을 캐다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을 욕하는 즉시 잡혀가 길거리에서 공개처형되었을 것이다. 철딱서니 없는 애국자들이 그 난동을 피웠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하게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김대중 노무현이 민주주의를 했기 때문이다. 하늘이 도운 탓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얼마나 퍼줬는지는 몰라도 안보가 문제된 적은 없었다. 금강산 관광을 갔지만 총맞아 죽은 사람도 없었다. 개성공단을 만들고 한강 하구 개발을 추진했지만 연평해전에서 완벽하게 승리했다. 이런 것이 친북좌파정권이면 앞으로 계속 친북좌파정권이 나와야 한다. 남북이 화해하고 왕래를 하게 되었고, 군사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았는가. 그대들이 그리 칭송하는 반공정권을 생각해 보라. 이승만 정권은 점심은 평양에서 먹고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는다며 자신만만하다가 부산까지 쫓겨갔다. 버마사건이나 대한항공 추락사건 모두 반공정권때 일어났다. 현 정권에서는 자국민이 총맞아 죽었는데도 조사도 못하고 있고, 큰 군함이 침몰하여 50여명이 죽었는데도 어찌 죽었는지도 모르고 있다. 유엔에 가서 "재들이 팼어요. 때려주세요"라면서 떼쓰고 있다. 이런 허약하고 무능한 정권을 원하는가.  

이념을 떠나서 이성과 합리성으로 생각을 해보라. 좀 돈 쥐어주고 평화와 안보를 얻을 것인가, 티격태격 싸우다가 백성을 죽이고 전투에서 완벽하게 패배할 것인가. 10년 동안 퍼줬다지만(동의하지 않지만) 천안함 사건으로 백성들이 손해본 금액 (무기, 인명, 주식 손실 등)에 비하겠는가. 남북 긴장을 고조시켜 백성들도 불안해 하고 외국인들도 떠나고 있지 않은가. 그대들이 철딱서니가 없다고 말하는 까닭이다. 전쟁나서 젊은 애들은 죽어나자빠지는데 그대들은 점심은 평양에서 먹고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는다며 소풍가방에 사이다와 김밥 챙겨넣을 것인가.

이제 그만 "피난민 정신줄"을 놓을 수는 없는가?
60여년 간 어깨에 힘주고 돌아다녔으면 이제 그만 뒤안길을 생각할 때다. 백발이 내린 모습으로 가스통 배달하고 빨갱이 분칠하는 재미가 솔솔 하겠지만, 이제 그만 집착을 벗는 것이 어떠한가. 손자손녀 보기에도 민망하지 않은가. 아직도 "피난민 정신줄"을 목숨처럼 쥐고 있는 "일부 철없는 애국자들"이여. 이제 그만 그 허망한 정신줄을 놓을 때가 되었다. 임진왜란도 끝났고 병자년 호란도 지나갔고 태평양전쟁도 원자폭탄으로 막을 내렸다. 그만 피난 보따리 풀어놓고 두 다리 뻗고 쉬심이 어떠한가. 6.25동란이, 1.4후퇴가 끝난지 벌써 60년이나 지났지 않은가. 

20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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