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야합이라는 후보단일화가 좋다


최근 문재인 안철수의 단일화 합의에 대해 "밀실정략"이라니 "소몰이"라느니 "야바위"라느니 날선 비난이 쏟아진다. 다 자신의 손익을 생각해서 하는 얘기겠지만 참 들어주기 민망하다. 배울만큼 배웠다는 사람들 입에서 나온 말이 하수구에서 나오는 구정물같으니 말이다. 무슨 논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닌 비난과 저주를 오물로 퍼부을 뿐이다. 이런 판국에 품위를 따진다면 사치일 뿐이다.

단일화를 저주하는 말들

이 모두가 그저 자기 처지에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여 상대방을 무조건 깎아내리는 말이다. 논리나 증거가 아닌 그냥 비난과 저주 뿐이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소리다. 몇가지 사례를 적어볼 텐데, 인터넷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으니 원문 출처는 생략한다.

-
안영환: "밀실야합"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합의를 했는데 무슨 밀실인가? 정권교체를 위한 대의로 단일화를 한다는데 무슨 "야합"인지. 원래 野合은 들판에서 정을 통한다는 뜻인데, "밀실야합"이라니 말이 되는지) "지지자들을 우롱하는 기만행위" (지지자들이 요구해서 단일화를 하는데 무슨 기만인가?)

-
박근혜: "이벤트 정치"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나 자신이 어디 가서 사진찍고 그러는 것은 이벤트가 아닌가?)

-
이혜훈: "가치가 다른데" 왜 단일화하냐고 한다. (같은지 다른지는 그들이 상의할 문제고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그럼 문재인-박근혜나 안철수-박근혜는 상상할 수 있을까? 남의 가치를 어찌 그리 잘 알아서... 걱정도 팔자다.)

-
이정현: "정치공학" (그럼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과의 통합은 뭔가? 도대체 정치공학이 아닌 것은 무엇인가?)

-
김성주: "유권자가 소가 아닌데 소몰이도 아니고" (단일화해서 국민을 어찌 해보겠다가 아니라 국민들이 하도 원하니 하겠다는 것 아닌가? 시민사회에서도 발벗고 단일화하라고 하지 않은가? "소몰이"를 당한 것 아닌가?)

-
김무성: "단일화 쇼" (이런 쇼로 국민들의 열망에 보답하는 것이 좋은 일 아닌가?) "국민을 상대로 한 통 큰 사기극이자 야바위 행위" (국민들이 시켜서 하는 단일화인데 무슨 사기인가? 결론은 정해놓고 국민들이 눈뜨고 지켜보는데서 "어떻게" 하느냐를 따지는데 무슨 야바위인가? 도대체 사기와 야바위의 뜻을 알고는 있는지)

-
정몽준: "구태정치고 경박" "개인에 의해 정당을 만들고 없애는 것은 한국 정치의 큰 병폐" (자신이 2002년 개인당 수준인 "국민통합21"을 만들었고 노무현과 단일화한 것은 그러면 무엇인가. 게다가 막판에 지지를 철회하여 신뢰성에 치명상을 입은 사람이... 다른 사람이면 혹시 몰라도 정몽준은 이런 문제에 말을 섞을 자격이 없어 보이는데...)

-
김태호: "국민을 '홍어X' 정도로 생각하는 사기극" (말하는 수준이 시궁창 냄새수준이다. 멀쩡하게 생긴 자가 어찌 이런 추잡스런 단어를 쏟아내는가. 이런 말을 하고도 살아남을 것으로 믿는다면 그자야 말로 국민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소리다. 참내, 국민--지지자--이 원해서 단일화를 한다는데 뭔 사기극인가?)

단일화가 뭐가 문제란 말인가?

단일화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권력을 잡으려는 욕심이고 유권자의 선택이 제한된다고 말한다. 언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사기성이 농후하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온 사람이 대권욕심이 없다면 누가 믿겠는가?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소리나 정당이 정권을 잡는데 관심이 없다는 소리나 똑같은 거짓말이다. 박근혜는 권력을 잡을 욕심이 없는가? 그렇다면 뭐하러 나왔는가? 박근혜는 욕심이 있어도 되고 문재인과 안철수는 안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권자의 선택이 제한된다는 것은 우스운 소리다. 그리 유권자의 선택권이 중요하다면 대통령이 되고 싶은 자들 모두를 선거에 내보낼 일이다. 10명이 되었든 100명이 되었든 말이다. 왜 그리 하지 않고 정당에서 후보 하나를 정해서 내는가? 선거비용문제도 있고, 유권자가 헷갈린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는 정당(일정 집단)이 당선가능성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힘을 하나로 집중하여 유권자에게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대선 후보들 모두가 나오고 문재인 안철수 기타 무소속 후보가 나온다고 생각해 보라. 이게 합리적일까?

정당 내 단일화든, 정당 밖 단일화든, 아님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든 모두 정권창출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일 뿐이다. 단일화 자체가 그렇게 문제가 있다면 (밀실야합이나 야바위나 구태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면) 법제정을 통해 금지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런 법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을 뿐더러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물론 금품이 오가고 폭력이 난무하는 단일화가 있을 수 있으나, 그것는 단일화가 아니라 범죄행위일 뿐이다.

박근혜 쪽에서 단일화를 싫어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선거에서 유리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일화에 대해 그리 구역질이 날 만한 저주를 퍼붓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금품이든 폭력이든 범법행위로 벌어지는 단일화도 아닌데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가?

애초부터 단일화를 안하겠다고 맹세한 것도 아니고 어느날 갑자기 단일화를 한다고 폭탄선언을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동안 까맣게 몰랐나? 사지 멀쩡한 사람치고 단일화 가능성을 몰랐던 사람이 있는가? 박근혜 쪽에서도 아주 오래 전부터 단일화를 할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것 아닌가? 대체 왜 그리 호들갑을 떠는가? 어설픈 연기거나 가식이다. 두 후보의 지지자들이 원해서, 두 후보가 만나서 단일화를 하겠다는 것인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선거에서 이기는데 유리하다는 합리적 판단일텐데 뭐가 문제인가? 박근혜도, 문재인도, 안철수도 모두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임을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대체 왜 단일화를 그리 저주하는가? 그리도 자신이 없는가?

그렇게 단일화를 싫어하는 정당이라면 1997년 이인제가 당내 경선결과에 불복하고 뛰쳐나갔을 때 환송회라도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의 단일화와는 순서와 모양이 좀 다르지만 어쨋든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늘려줬지 않은가. 그때는 뛰쳐나가 독자출마를 한 이인제를 저주해놓고 이제 와서 합당을 한 까닭은 무엇인가? 이성과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너나 잘하세요"

안철수 문재인의 단일화에 대해 박근혜 쪽에서 퍼붓는 저주는 지나치다. "밀실야합" "야바위" "소몰이" 등은 논리도 증거도 없이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언어폭력이다. 정신줄을 놓고 나오는 대로 쏟아내는 구정물일 뿐이다. 단일화가 그리 크게 잘못된 것이라면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에 고발할 일이다.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고발하지 않는다면 나라가 망하는 것을 내버려 두는 일이니(내란 방조?) 몹쓸 사람들이다. 지금 봐서는 누가 이기든 선거가 끝나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면 유야무야 할 것이다. 유권자만 구역질나는 언어폭력으로 괴로울 뿐이다.

정정당당한 후보라면 상대편이 단일화를 하든 말든 자신의 일에 충실하여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것이다. 단일화를 했다면 속은 좀 쓰라리겠지만 잘 해보라 격려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물론 공약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살펴서 근거를 가지고 비판하고 또 검허하게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 유권자는 이런 이성과 상식을 가진 후보들을 원한다. 나오는 후보마다 친일행위에, 범법행위에, 성폭력에, 위장전입에, 병역회피에, 막말에, 횡설수설로 화려하게 장식을 한다면 유권자의 선택권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많은 국민들이 불러서 나온 후보가 안철수다. 그만큼 기존 정당이 국민들의 여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소리다. 오죽했으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전직 의사이자 프로그래머를 불러냈겠는가. 이런 면에서 문재인이든 박근혜든 어딜 가서 목을 뻣뻣이 내세울 처지가 아니다. 가는 곳마다 허리를 숙이고 연신 "죄송합니다"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무소속이면 뭐가 어쩌고, 단일화되면 또 뭐가 어쩌고 한다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유권자들 (안철수 지지자든 문재인 지지자든)이 단일화를 원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 요구와 염원을 받아 유권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단일화를 하는 것이 아닌가. 어찌 단일화할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유권자들이 원하는 대로 후보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흐뭇한 일이다.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누가 되든 서로 납득할 만한 방법과 과정으로 단일화를 하는 것을 지켜볼 뿐이다. 설령 단일후보가 정권교체를 하지 못한다 해도 이런 노력 자체가 큰 정치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문재인의 단일화가 좋은 이유다.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2012. 11. 8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조국 기자간담회 관전평: 조국보다 기자?

스킨쉽"이 영어사전에 안나온다고요?

몹쓸 무리들의 몹쓸 말공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