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프리미엄"을 인정하라

안철수 대선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를 잠정 중단했다고 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고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없다 했으니 잡음이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단일화를 앞두고 양측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니 사소한 일이라도 실제보다 크고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서로 압박하기 위한 전략일수도 있으나 압도적인 "독재유산"을 내세우고 달려드는 적을 앞두고 하는 짓 치고는 너무 천진난만하다.

양측의 갈등은 먼저 미숙함에서 비롯된 오해처럼 보인다. 정당의 후보와 무소속 후보라는 차이를 서로 배려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같다. 아쉬운 것은 정당이란 일종의 "비교우위"를 지나치게 티를 낸 인내심 부족이다. 일련의 보도내용을 보자면 (방송과 조동준의 왜곡이 있었겠지만) 민주당이 "문재인 대세"를 기정사실화하고 단일화를 그저 요식행위로 보는 태도를 보였다. 참 미숙하고 무사안일한 태도다.

 
안철수에 대해 염치가 없는 여당과 민주당
 

"안철수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민주당은 벌써 까맣게 잊고 있는 것같다. 여당이든 민주당이든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결과가 "안철수 출마"라는 명백한 사실을 참담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오죽했으면 정치경험도 없는 안철수를 불러냈단 말인가? 이런 현실을 빼아프게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민주당은 무소속이면 한계가 있다거나 정당 프리미엄을 기정사실로 하는 언행은 극도로 자제했어야 했다. 숨쉴 새도 없이 단일화를 저주에 가깝게 비난하고 있는 여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불러세운 안철수를 겸허히 인정하고 국민에게 반성하고 사죄하는 자세로 선거에 임했어야 했다.
 

그런데 여당과 민주당이 하고 있는 짓을 보면 정당이 멀쩡하게 잘 하고 있는데 드닷없이 깜냥도 안되는 안철수가 나타나서 초를 치고 있다는 불만인 듯하다. 하지만 안철수가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고 어디서든 "죄송합니다"를 반복했어야 하지 않을까. 국정경험이 없다고 안철수를 비난하지만 그렇게 국정경험이 많다는 자신들은 정작 번번히 국민에게 좌절감을 안겼지 않은가? 그 참담한 굴욕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 정당이 똑바로 했으면 어떻게 안철수가 나올 수 있었겠는가? 정당정치의 위기라면 안철수가 아니라 정당 스스로 자초한 것 아닌가?
 

틈만 나면 안철수를 헐뜯는 여당이나 은근히 빈정거리면서 단일화를 압박하는 민주당이나 참 염치도 없다. 안철수가 나타날 때마다 국민앞에 옷을 홀딱 벗고 나온 것처럼 그리 부끄러워하고 송구스러워야 하는 것 아닌가. 거울에서 자신의 허물을 보듯 안철수를 보면서 자신들의 허물을 깨닫고 참회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국민이 내세운 "안철수"에 대해 겸허해 하고 경외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마디로 "안철수 프리미엄"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안철수도 민주당에 대해 지나친 반응으로 일을 그르쳐서는 안된다. 정권교체가 공동의 목표라면 서로 오해를 살만한 행동은 자제했어야 했다. 이명박을 보좌했던 사람을 내세운 것도 미숙하기 짝없는 행동이다. 그렇게도 사람이 없었을까? 지금 이 순간 안철수는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국민이 무엇을 자신에게 명령하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살펴야 한다. 큰 줄기와 핵심고리를 찾아서 그것만을 (자질구레하거나 지엽적인 것은 빼고) 민주당에 요구하라.
 
방송과 조동준이 노리고 있다
 

다른 면에서 보면 안철수와 문재인의 단일화 ("안철수 무소속과 민주당의 단일화"가 아니라)를 저주하고 어떻게든 훼방을 놓으려는 자들에게 먹이감을 던져줄 필요는 없다. 방송과 신문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권력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 않은가. 없는 일까지도 만들어 물고 뜯을 작정을 하고 있는데 그 음흉한 아가리 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면 참으로 어리석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조금이라도 오해를 살만한 짓은 눈꼽만치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많이 참고 절제하면서 의욕을 잃지 말아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 정말 힘세고 나쁜 놈을 상대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
 

벌써 여기 저기서 "그것 봐라" 하면서 고소해 하고 있다. 어떻게라도 서로 갈등을 부추겨 양쪽을 이간질시키고 단일화를 무산시키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자들이다. 물론 이런 세력들의 언동은 이성적인 것도 아니고 논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으로 자신들의 지지세력을 규합시키고 단일화를 흔들기 위함이니 그 음흉함에 말려들 이유가 없다는 소리다. 요는 단일화 협상에서 누가 옳고 그르고가 아니라 틈을 노리고 있는 공동의 적에게 공격 빌미를 주는 것이 어리석다는 말이다.
 
"안철수 프리미엄"을 인정하라

문재인과 안철수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본인이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아마도 그 그림의 얼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것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1. 단일화는 양쪽 지지자들이 봤을 때 납득할 만큼 충분히 공정하고 이성적이어야 한다. 누가 이겼느냐는 여당이 관심이지 양쪽 지지자들의 최대 관심이 아니다. 어떠한 기준으로 어떤 과정으로 했느냐를 물을 뿐이다. 따라서 이런 그림 줄기를 흔드는 어떠한 것도 단호하게 배격해야 한다. (뜻을 거스르면 가혹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2. 문재인과 안철수가 동등한 위치에 있음을 서로 인정해야 한다. 정당 프리미엄이 있다고 주장하려면 그 정당 프리미엄을 넘어서는 "안철수 프리미엄"을 인정해야 한다. 오죽이나 민주당이 못나고 엉뚱한 짓을 했으면 (지난 선거도 여당이 이긴 것이 아니라 야당이 지지리도 못한 것이다) 국민이 더이상 참지 못하고 안철수를 불러냈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이런 마당에 무소속이 어쩌니 운운하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가...
 

3. 민주당의 현실정치는 이상정치와 타협을 해야 한다. 안철수의 요구를 단지 이상정치로 폄하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당이 모든 것을 문재인에게 맡겼다면 개인이 구질구질하게 진퇴를 논하지 말고 문재인 안철수의 결정을 기다릴 일이다. 지금 한가하게 자리를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억울한 사람도 있겠지만 모두 죄인인 듯 결정된 사안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충실히 이행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4. 안철수는 가장 중요한 조치를 3가지 이내로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뜬구름잡듯이 개혁을 요구하기보다는 국민들이 정말 자신에게 명령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 조치로 인해 여러가지 파급효과가 있는 가장 핵심고리에 관한 것, 기존 관행을 무너뜨리는 "쐐기"가 될 수 있는 것을 구체적으로 민주당에게 요구해야 한다. 민주당조차 뼈아프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만큼 핵심적이어야 하고 타당해야 한다. 요구사항은 3개 이내여야 하는데 (생각컨대 2개면 족할 듯) 말이 많으면 타협하기 어렵고 힘을 모아 적에게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5. 결국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몫이다. 두 사람이 자신을 버리고 단일화에 임해야 한다. 위기상황에서 노무현이 선택한 것을 생각해 보라. "정당 프리미엄"이든 "안철수 프리미엄"이든 모두 잊는 것이 좋다. 그것이 어렵다면 고감하게 모두 인정하고 당당하게 타협에 임해야 한다. 이미 두 사람의 품성으로 미루어 보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여론조사결과는 잊어라
 

마지막으로 여러 기관에서 발표하고 있는 여론조사에 매달리는 것은 부질없다. 정말 제대로 여론조사를 했는가도 문제지만 현재 처해있는 방송사와 신문사의 참담한 상황을 볼 때 그 결과를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그만큼 지금 여론판세가 "독재유산"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왜곡되어 있고 그래서 불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론조사 결과나 정당의 힘을 과신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극단적으로 생각할 때는 "동전던지기"를 하는 심정으로 단일화에 임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아무쪼록 안철수 문재인이 서로 신뢰를 가지고 타협에 나서서 정말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루기를 바란다. 두 사람의 지혜와 용기와 결단을 기다린다. 상식을 가지고 사는 이 땅의 많은 백성들이 말이다.
 

2012.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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